지난 10월, 내가 배우고 있는 하와이 춤 훌라(hula) 수업 시간 중 더 추워지기 전에 버스킹(거리 공연)을 해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장소는 홍대입구역 야외공연장, 건대입구역 청춘 뜨락 등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거리가 물망에 올랐다.
오십이 넘은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그것도 어깨를 다 드러낸 상의를 입고 춤을?
보통 훌라 공연 때는 전통 의상인 '팔라우키'를 입는데, 소매가 없고 어깨가 나오는 튜브톱 형태의 상의다. 나이 많은 사람이 그런 옷을 입고 춤을 추면 주책맞다고 하지 않을까 걱정됐다. 그러나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지난여름 유쾌한 추억 덕분이었다.
당시 여름휴가로 일본의 작은 섬 미야코지마에 가족 여행을 갔다. 귀국하는 날, 남은 시간은 각자 하고 싶은 것을 하며 보내기로 했다. 남편은 전날 패들 보트에 부딪힌 어깨가 불편하다며 방에서 쉬었고, 딸들은 각자 바다로, 수영장으로 나갔다. 나는 영상기기를 챙겨서 호텔의 한갓진 정원으로 갔다. 훌라 영상을 찍기 위해서였다.
훌라는 손동작으로 노래 가사를 표현하는 수화(手話) 같은 춤이다. 아름다운 하와이 노래는 사랑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가사가 많다.
특히나 야외로 나가 자연에서 훌라를 추면 느낌이 더 특별하다. 이국적인 자연을 배경으로 훌라를 추고,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낯선 여행지에서 나 혼자 추는 훌라는 처음이었다. 사람이 지나가면 부끄러워 핸드폰을 만지거나 딴 척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는 곡을 골라 훌라를 췄다.
일본 여성의 따뜻한 미소... 나이 의식하던 나, 괜한 우려였구나
나이 지긋한 일본인 여성이 내가 훌라 추는 것을 지켜보다 다가와 말을 걸었다. 내가 유튜버가 아니면, 자신도 영상을 짧게 찍어도 괜찮겠냐고 물었다. 설명인즉슨 자신도 훌라를 배우고 있는데,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반가운 마음에 부족한 일본어를 총동원해 대화를 나눴다.
일본은 우리보다 훌라가 대중화된 지 오래다. 아오이 유우 주연으로 유명한 영화 <훌라 걸즈> 뿐 아니라 일본 영화나 드라마에서 등장인물이 취미로 훌라 추는 장면이 종종 등장한다.
즐기는 사람이 많으니, 일본에는 훌라와 관련해 책이나 용품 전문점도 많다. 인터넷 중고 플랫폼에도 훌라 의상이나 소품이 많이 올라와서, 나도 자주 구경하고 가끔 구매하곤 한다.
"일본에는 훌라 추는 분들이 많지요?"
"네. 하와이로 직접 훌라를 배우러 가는 열성파도 있어요. 한국에도 훌라 추는 사람이 많습니까?"
"아니에요. 몇 년 전부터 훌라가 많이 알려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