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저녁, 땅거미가 짙어진 서울 광화문 광장 앞 도로는 촛불 행렬로 환하게 밝혀졌다. '윤석열 퇴진'를 외치며 '김건희, 채상병 특검'을 요구하는 10만 명 시민(주최 측 추산)들이 치켜든 촛불들이었다. 시민 촛불 행렬은 경복궁역-광화문-동십자각까지 800여 미터 구간 도로를 가득 메웠다. 지난 2017년 박근혜 탄핵 정국 당시 촛불 집회와도 사뭇 비슷한 광경이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국민중행동 등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이 결성한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 비상행동'은 지난주에 이어 이날'김건희-채상병 특검 추진!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2차 시민행진'을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도 참석했다. 이들 의원들은 집회 연단에 나서진 않았지만, 집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날 집회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이라며 '채상병 사건 수사 외압', 'KBS 사장 임명 강행', '자영업 파탄', '양곡법 거부권' 등이 적나라하게 언급됐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활동가는 "(박정훈 대령에 대한 검찰의 구형은) 채상병 사망 사건의 진실을 틀어막기 위한 '입틀막'(입으로 틀어막는) 구형이었다, 그러나 확신한다, 박정훈 대령은 무죄"라며 "불법 명령을 따르지 않은 것이 항명이라면 그것이야말로 국어사전을 다시 정리하는 일 아니겠나, 항명이 아니라 양심이다, 양심에는 죄를 물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채상병 사망으로부터 1년 4개월, 타락한 정권의 어두운 터널을 뚫고 우리가 함께 여기까지 왔다, 박정훈 대령 선고 기일은 2025년 1월 9일"이라며 "무죄 판결문을 들고 돌아올 박정훈 대령과 함께 집단 외압의 수괴 대통령 윤석열에게 함께 힘찬 반격을 합시다"라고 강조했다.
망원동에서 두부 장사를 한다는 김진철씨는 "자영업자 100만 폐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 소비자들의 주머니가 텅텅 비어 있어 소비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라며 "자영업자들은 지속해 지역화폐 예산을 늘려달라, 긴급 민생 회복 지원금을 바로 지급해 달라 요청했지만, 현 정부는 거부했다"라고 울분을 터트렸다. 김씨는 이어 "공정과 상식에 어긋나는 거부권을 난발하면 이제 시민들이 대통령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 우리 자영업자들도 시민과 함께하겠다"라고 말했다.
김봄빛나래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는 "윤석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명태균 게이트라 불리는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을 부정했다, '언론이 갈등을 부추긴다' '김건희 여사를 의도적으로 악마화하고 또 가짜 뉴스, 가짜 뉴스를 만든다'라고 말했다"라면서 "대통령 발언에서 정권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언론 본연의 역할을 못 하게 하려는 입틀막 면모를 다시 한번 발견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