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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 피싱범 골탕먹이는 AI 할머니가 나타났다
2024-11-23 20:15:03
김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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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82세이신 시 삼촌이 계신다. 영국 시골마을에서 마당 가꾸며 혼자 사시는 연금생활자로, 최근 항암치료를 마치고 건강히 제2의 삶을 사신다. 그즈음 되면 외로운 독거노인을 상상하기 쉬운데, 항상 웃는 얼굴에 주위사람들과 이야기를 즐겨하셔서 그런지 지역 조찬모임, 독서모임, 종교생활로 활동적인 노년이다.

시어머니와 통화를 나눈 남편이 삼촌에게 전화를 걸어봐야겠다고 한다. 내용을 들어보니 며칠 전 보이스피싱을 당하셨단다.

영국 통신사 오투(O2) 콜센터 직원이라고 밝힌 여성이 시 삼촌에게 전화를 걸어와, 사시는 지역이 시골이라 통신 품질이 좋지 않으니 통신요금제 할인을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연금생활자가 생활비를 아끼는 방법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동의하니 통신사 가입하면서 발급받은 OTP에 방금 전송된 번호를 불러달라고 요청한다. 통화내용대로 착착 진행하니 해당 통신사의 업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콜 직원은 시스템 인식 중이라는 설명과 함께 사은품 이어폰이나 스마트 위치 중 하나 고르라고 한다. 시삼촌은 이어폰을 고른 후 사은품 배송지로 요청하는 대로 집 주소를 알려준다. 이후에도 계속 기다리라며 한참을 농담을 하는 것이 수상해 전화를 끊으셨단다. 시삼촌은 바로 해당 통신사 대표콜센터로 직접 전화를 건다.

확인해보니 시 삼촌 앞으로 천 파운드(한화 170만 원) 상당의 최신 핸드폰 구매 주문이 접수되어 있. OTP를 통해 등록되어 있던 계좌와 메일 정보들이 보이스 피싱범들에게 전달되도록 연락처가 업데이트되어 있다. 바로 경찰에 해당 사건을 신고하고 통신사는 주문 취소와 함께 보이스 피싱 피해건으로 접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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