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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코미디언의 '자폐증 농담'이 갖는 의미
2024-05-01 11:05:54
최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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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넷플릭스의 코미디 스페셜 <펀 브레이디: 자폐증 비키니 퀸>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스코틀랜드 출신의 코미디언 펀 브레이디(Fern Brady)의 스탠드업 코미디를 녹화한 단편이다.

브리스틀에서 이루어진 이 공연은 그 자체로도 웃음을 제공하는 데 충분하지만, 넷플릭스의 코미디에 대한 기조를 염두에 두고 감상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다양성 코미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브레이디는 공연의 첫 농담 소재로 자신의 자폐증(autism)을 가져온다. 그는 자폐증을 '슈퍼파워'라고 위로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러면 하늘을 날아다니는 슈퍼맨 대신에 1960년대 시인 실비아 플라스한테 엄청나게 집착하기만 하는 슈퍼히어로를 다룬 영화가 나와도 상관없겠네?"하고 묻는다. 비(非)당사자들의 어설픈 배려가 당사자들에게는 더 어쭙잖게 들린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시작한 것이다.

사실 코미디언 당사자의 사회적 약자성을 화두로 삼은 스탠드업 코미디는 이번이 최초가 아니다. 호주 출신의 코미디언 해나 개즈비 역시 자신의 스페셜에서 자폐증에 대해 언급한 바 있으며,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 테일러 톰린슨도 자신이 정신과 약을 복용한다는 사실을 허심탄회하게 밝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펀 브레이디의 자폐증 농담이 의의가 있는 이유는, 앞선 경우와 달리 화자가 '사과 없이' 소재의 힘만으로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는 데 있다.

코미디는 본질적으로 어떤 대상의 '이상함'을 지적하면서 그곳에서부터 웃긴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랬기에 사회적 소수자 당사자들은 지적의 화살을 자기 자신에게로 돌렸고, 그 때문에 편견에 복무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해 왔다. 일례로 아시아계 코미디언 스티븐 히는 아시아인 특유의 영어 발음, 극성 교육열, 그리고 수학을 잘한다는 서구적 편견을 웃음거리로 삼아 정작 아시아계 당사자들에게는 날 선 비판을 받은 적도 있다. 이러한 사례를 감안하면, 자폐증 소재를 가감 없이 꺼내든 펀 브레이디의 이야기를 편집하지 않은 넷플릭스가 추구하는 방향성도 엿볼 수 있다. 당사자성 코미디 특유의 비판을 이해하고, 어설프게나마 더 포용적인 웃음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다양성 면에서 항상 올바른 모습만을 보여 온 것은 아니다. 저명한 코미디언 리키 저베이스의 스페셜 <슈퍼네이처>는 트랜스젠더 시민들에 대한 공격적인 농담을 포함했는데, 이를 편집 없이 그대로 내보내면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시청자들의 이런 지적을 묵과하지 않고 그대로 수용해, 해나 개즈비를 필두로 한 트랜스젠더·젠더퀴어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모은 스페셜 <젠더 아젠다>를 발표하기도 했다. 도덕적으로 완벽하지는 못할지언정, 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행위를 멈추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세는 펀 브레이디가 자신의 농담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외친 선언과도 일맥상통한다.
"이제 두려워하기를 멈출 시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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