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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어휘력이 떨어져요"... 예상치 못한 교사의 말
2024-05-01 11:08:21
김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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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둘째 아이는 유치원에 입학하며 초등학생 누나와 노란 스쿨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주(State) 혹은 타운(town)에 따라 만 6세에 시작하는 유치원이 정규 초등과정에 포함되어 있는데, 우리 동네가 그러하다.

마냥 아기 같은 둘째가 제 덩치만 한 가방을 메고 스쿨버스를 기다리는 모습은 여전히 생경하다. 씩씩하게 스쿨버스의 높은 계단을 올라 버스 좌석에 앉고서 창밖을 향해 손 흔드는 아이를 보며 우리 집에 더 이상 '아기'는 없다는 생각과 함께 '한 시절이 이렇게 저무는구나'하는 감상에 빠지기도 한다.

터울이 있는 아이를 키우는 집이 대부분 그러하듯, 둘째는 큰아이보다 '대충' 키웠다. 아이가 수월한 기질을 타고나기도 했지만, 큰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기 바빴던 내가 소홀한 틈을 타 아이가 알아서 성장한 느낌이 들 때가 더 많다.

미국에서 둘째의 유치원 입학에 대한 걱정은 전혀 없었다. 아이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지만, 학교를 오가는 누나의 모습을 몇 개월 동안 지켜봤다.

아이가학교를 편하게 느끼도록 도와주기 위해 굳이 학교 놀이터까지 가서 놀았던 주말들도 많았기에 마음의 준비는 충분하다고 여겼다. 게다가 아이의 인생 전체라 할 수 있는 지난 4년을 싱가포르에서 지냈으니, 영어에 대한 어려움도 없어 보였다.

'네이티브 스피커'라 생각한 아이의 영어가 부족하다니

입학 두 달 후, 둘째 아이 담임 선생님과 첫 번째 면담이 있었다. 선생님은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활발하고 유쾌한 모습이 표정과 손짓에서부터 느껴지는 분이었다.

그녀는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다고, 친구들과도 곧잘 어울리고, 선생님들과도 관계가 좋다며 '아름다운 아이'라며 칭찬했다. 아이에 대한 선생님의 긍정적인 피드백은 엄마인 나의 어깨를 으쓱하게 할 정도로 기분 좋은 칭찬이었다.

이어 선생님은 우리나라의 '국어'라 할 수 있는 영어 수업의 커리큘럼에 관해 설명했고, 현재 아이의 언어 이해 상태도 짚어줬다.

"혹시 아이가 영어를 사용할 때 어려움이 느끼는 것을 본 적이 없나요? 아이가 또래 친구들보다 어휘력이 떨어져요. 사물을 인지하지만, 영어로 표현하지 못할 때가 많아요. 그런 경우 한국어로 어떻게 표현하냐고 물어보면 한국어로 무언가 답을 해요. 그 말을 내가 못 알아듣는 게 문제지만요."

아이의 언어에 대한 선생님의 평가는 생각지도 못했다. 태어난 지 두 달 무렵 싱가포르에서 살기 시작한 둘째 아이는 그때부터 영어에 노출됐었다. 그렇기에 네 식구 중 유일한 '네이티브 스피커'라 생각한 아이인데, 영어 어휘력이 부족하다는 말 자체가 충격이었다.

아이와 집에서는 대부분 한국어로 대화를 나누었고, 내가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기에 아이의 부족한 영어를 눈치챈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선생님은 아이의 인지력, 공감 능력 등에 문제가 없고, 어휘력이 다소 낮은 것뿐이니 개별 영어 수업을 보충하며 상황을 살펴보자고 했다. 이미 학교에서는 아이에게 추가 개별 수업이 진행 중이었고, 언어 담당 선생님과도 짧게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참고로 미국 초등학교의 경우 입학 또는 전학 후 영어 능력을 테스트하고, 학생의 영어 레벨에 따라 추가 수업 필요 유무를 양육자에게 알려준다. 이민자의 나라인 만큼 학생들이 가정에서 주로 사용하는 언어를 확인하고, 정규 교과 과정을 따라갈 수 있는 영어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면밀히 살피는 과정이 공교육 내 시스템으로 마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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