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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한국에서 '돌담병원'은 왜 판타지인가
2024-05-09 08:5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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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닥터 김사부>라는 드라마 시리즈의 주요 배경은 '돌담병원'이란 종합병원이다. 드라마 속 강원도 정선군에 있다는 돌담병원은 한 사립대학 재단에 소속된 작고 낡은 시골의 2차 의료기관이지만, 응급 및 외상환자 치료 등 소위 양질의 필수의료를 제공하면서 나중에는 권역외상센터로 지정된다.

그러나 현실 속 강원도 정선군에는 종합병원이 없다. 병원급 의료기관이 2개 있지만 외과, 정형외과, 내과, 소아청소년과, 영상의학과, 직업환경의학과만 운영되고 있다. 게다가 전문의가 2명 이상 있는 과는 단 하나도 없다. 돌담병원은 현실에서는 판타지에 불과하다.

지역의료의 현실

강원도 정선군만 종합병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국 82개 군 중에서 종합병원이 있는 지역은 17개 군에 불과하다. 이중 양질의 포괄 2차 의료기관인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이 있는 군은 8개뿐이다. 8개 군 외 지역의 주민들이 이곳을 이용하려면 거주지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군 지역은 2차 의료의 취약지다. 이러한 현상은 특정 지역이나 의료전달체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20년에 수행된 한 연구에 의하면 1차 의료 취약지는 총 172곳의 읍·면·동이었는데 이중 158곳이 비수도권이었고, 여기에는 중소도시도 포함돼 있다. 비수도권의 의료 취약 문제는 농촌 지역을 넘어서 도시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비수도권의 의료 취약 문제는 인구 고령화, 인구 위축과 함께 심화한다. 인구 고령화는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문제이지만 비수도권·비광역시 군 지역이 가장 심하고 비수도권 중소도시, 비수도권 광역시, 수도권 순으로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또한 정부가 2021년 지정한 89개 인구감소지역은 노인인구의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였고 이 중 85개는 비수도권이었다.

지역의료는 어떻게 취약해졌나?

비수도권의 고령화와 인구 위축은 한국 자본주의 축적 과정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국가주도의 수출공업화 및 중화학공업화를 통해서 급속도로 발전한 한국 자본주의의 근간에는 젊은 농업 노동력의 도시 유출과 저임금 노동력을 유지하기 위한 국가권력의 저곡가 정책이 있었다. 이는 농촌 지역의 고령화와 내부 식민지화를 초래한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특히 1990년대부터는 비수도권 광역시에서도 인구 감소 현상이 나타났고,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는 비수도권 광역시의 수도권 이주자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이 시기는 수도권 중심으로 지식 및 첨단기술산업의 집중이 강화되고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 이루어지는 때였는데 이 기간에 발생한 두 차례의 경제위기는 제조업 및 첨단산업의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켜 비수도권 인구 감소와 인구 고령화를 더욱 가속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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