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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광장까지... 친구들이 지워지고 있습니다
2024-05-09 11:51:36
이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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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퀴어라는 걸 사람들이 모르잖아요. 그게 바로 차별이죠."

기록노동자 희정이 쓴 논픽션 <퀴어는 당신 옆에서 일하고 있다>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2030' 성소수자 노동자 20명을 인터뷰한 책에서 이들은 직장에서 불이익을 겪지 않기 위해 '패싱'(passing)이라는 전략을 쓴다. '패싱'이란 '어떤 사람을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으로 여기게끔 외양과 행동을 위장하는 일'이다. 한마디로 퀴어로서는, 이성애 규범의 사회에서 '평범'한 척, 행세하는 일이다.

서울시에 4번 거부 당한 퀴어축제 행사

퀴어축제 관련 행사가 서울시에 네 번이나 거푸 거부당했다. 3월에는 퀴어퍼레이드를 위한 서울광장 사용 불허, 4월에는 기념강연회 대관 신청 반려, 토론회 대관 취소, 강연회 장소 대관 불허가 이어졌다. 한편 '학생이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는 충남과 서울에서 연이어 폐지됐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공공 도서관과 교육청 등에 '동성애 조장' 등을 이유로 성평등 도서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고, 이에 경기 지역 학교들이 1년 간 2500권의 책을 폐기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쯤하면 퀴어라는 존재 자체에 '불허', '반려', '취소' 딱지가 붙었다고 밖에는 볼 수 없다.

혐오를 배우는 공간으로서의 학교

학교는 일찍이 주변의 성소수자를 지우고, 혐오를 학습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청소년 트랜스젠더 8명을 인터뷰한 책 <당신의 성별은 무엇입니까>는 대한민국의 학교가 만드는 성별 이분법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그린다. 한국의 청소년들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남녀학교, 남녀분반, 남녀교복을 맞닥뜨린다. 정상성의 범주에서 비껴난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은 필사적으로 자신을 숨기거나, 혹은 분투하다 지쳐 학교를 떠난다.

흑인 레즈비언 오드리 로드는1979년, 미국에서 열린 제1회 유색인 레즈비언‧게이 전국대회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예를 들어, 우리 아이들이 인종차별주의, 성차별주의, 계급 차별, 동성애 혐오, 자기혐오의 교훈을 배우는 곳은 어디입니까? 우리 학교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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