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B씨가 미국에 출장 갔다고 생각해서 '아직 거기냐'고 물었는데, 한국에 있던 B씨는 '여기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래서 A씨는 B씨가 미국에 있다고 오인했다고 한다.
'아재 개그'가 아니다. A씨는 윤석열 대통령이고 B씨는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직전인 2024년 12월 3일 오후 8시경 이뤄진 전화통화가 이랬다고 한다. 헌법재판소 재판정에서 이 개그 같은 대화를 했다고 털어놓은 것은 윤 대통령이다.
지난 4일 탄핵심판 4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은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진술의 신빙성을 공격했다. 홍 전 차장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싹 다 잡아들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발언 기회를 얻은 윤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전략)… 그리고 아까 국정원장 해외 출장 문제와 관련해서는 제가 전 주에 국정원장으로부터 '이번 주에는 미국 출장이 있기 때문에 매주 금요일날 하는 대통령 보고가 어렵습니다'라고 얘기 들은 기억이 나서 제가 화요일(2024년 12월 3일) 저녁에 국정원장한테 전화를 합니다. 해외에 있는지 국내에 있는지 알기 위해서,
그래서 제가 둘 사이에 약간의 미스 커뮤니케이션이 있었습니다. 제가 국정원장한테 '아직도 거기 계시죠?' 저는 미국에 있는 줄 알고 그랬더니 국정원장이 '예 아직도 여깁니다' 이래서 저는 해외에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처음으로 제가 홍장원 1차장한테 전화를 하게 됩니다.… (하략)"
조태용 국정원장이 미국에 있다고 잘못 알았다는 얘기는 '홍장원 1차장에게는 계염과 관련된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내놓기 위한 전 단계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 전 조 원장이 미국에 있는 줄 알고 홍 차장에게 전화해 '잘 대기하라'고 지시했지만, 조 원장이 대통령실에 나타났기 때문에 홍 차장에게는 계엄 관련 얘길 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계엄 선포 뒤 홍 차장에게 전화한 것은 정치인 등이 아니라 '간첩을 잘 잡으라'고 격려하는 전화를 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