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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지치거나 회의를 느끼는 분께 이 공연을 바칩니다"
2024-05-05 19:39:44
배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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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빠진 도로에 사람만이 가득하다. 아스팔트의 감촉을 느끼며 피식 웃는다. 도로를 활보한다는 짜릿함에 무르익을 즘 안전고깔이 날아다니는 신기한 광경을 마주한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한 '안산국제거리극축제'가 5월 4일부터 6일까지 안산문화광장, 안산호수공원 일대에서 시민을 만난다. 네스앙스 건물 앞, 안전모와 형광조끼를 장착한 청년들이 '안전! 안전! 안전!' 구호를 외친다.

'걸작들'의 <신호수vs신호수>는 건설 현장, 기관 등에서 신호를 맡는 '신호수'를 소재로 '노동에 가려진 사람'에 주목한다. 신호수로 변신한 네 명의 배우(윤예은, 권혁재, 송윤아, 이창균)는 칼 각을 잡고 적확한 신호를 보낸다. 흐트러짐 없이 신속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기계처럼 보이지만, 계속된 노동에 지친 이들은 때마다의 감정을 호소하며 '사람'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때 기계 신호수의 등장. 이를 가운데 둔 '사람'들은 그것의 장점을 인정하기도, 노동의 모순에 콧방귀도 뀌지만 끝내 '대체'의 불안에 몸부림친다.

배우는 서로의 몸을 활용해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또한 일상적이고 친근한 대사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한창 공연 준비로 바쁜 연출이자 배우 윤예은 대표를 2일 만났다.

- 안산국제거리극축제에 처음 참여한다고요.

"서울거리예술축제, 수원연극축제 등 다른 축제엔 참여한 적이 있는데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처음 참가해요. 타 축제에서도 배우로만 출연했었고 연출로는 이번이 처음이라 더 감회가 새로워요. 거리극에 관심이 생긴 이후 거의 매년 안산국제거리극축제 공연을 보러 왔어요. 축제에 오면 참신한 공연을 많이 접할 수 있어 좋아요. 2018년 스페인 팀 '마뒤샤'가 선보인 '여자'는 키다리를 활용한 공연이었는데, 처음엔 단순했던 움직임이 나중엔 의미가 쌓여 큰 울림을 줬어요. 이번에도 다양한 공연으로 영감을 얻고 싶습니다."

- 거리극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아직 대학생일 때 전공인 연극만 주로 하다가 많은 경험을 쌓고 싶어 거리극도 도전했어요. 2017년 서울거리예술축제에서 프랑스 단체 '아도크'의 '비상'이라는 작품에 참여한 게 제 첫 거리극이에요. 청년의 고민에서 출발해 여러 사회 문제를 담은 공연이었죠. 이때까지만 해도 거리극에 대해 버스킹 정도로만 이해했는데, 관객이 배우를 따라 이동한다는 게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거리극은 우연히 들른 관객이 많아요. 일부러 찾아오는 분도 물론 있지만, 지나는 길에 쓱 보는 분들도 있는 거죠. 특별한 해프닝을 선물한다는 게 매력적으로 느껴져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여러 거리극 단체에서 활동하던 윤예은은 아예 자신의 단체를 만들었다. '걸작들'은 그가 만든 공연예술팀으로 2020년에 창단해 본격적인 활동은 2023년부터 시작했다. 이웃에 대한 공연 '당신은,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부터 이번 '신호수vs신호수'까지 윤예은을 포함한 네 명의 배우가 공동창작했다. '걸작들'은 세상이 발전하면서 생기는 부작용, 사라지는 것을 조명한다. 관객이 공연을 통해 지난 삶을 돌아보고 다시 서로 사랑하는 게 단체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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