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이기에 어느 때보다 더 백기완 정신이 필요합니다." - 김주환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
"아버지는 역사에 박제되는 걸 가장 싫어하셨습니다. 이곳은 박제와 기념의 공간이 아닙니다. 이 마당집은 오늘 싸움을 마무리하고 내일 싸움을 주도하는 모든 이들에게 열린 사랑방입니다." - 백원담 성공회대 교수
6일 오전 10시께 통일문제연구소가 사무실을 '백기완 마당집(서울 종로구 대학로)'으로 새로 단장해 개관식을 열었다. 고 백기완 소장이 세상을 떠난 지 3년 3개월 만이다.
비가 내리는 흐린 날씨에도 백 소장의 '노나메기 세상(너도 나도 일하고 올바르게 잘 사는 세상)' 정신을 기억하는 약 300여 명의 사람들이 좁은 골목길을 가득 채웠다. 백 소장이 결혼식 주례를 섰던 부부부터 고인과 연대한 노동자들은 물론 시민들까지 다양한 이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백 소장이 자신의 결혼식 주례를 서 줬다고 밝힌 이명재씨는 "오늘 개관식이 있다고 해서 경북 김천에서 올라왔다"며 "선생님께선 오직 정의의 관점에서 바른 소리만 하셨고, 우리 사회 참 많은 영향을 끼치셨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너무 못하는데 살아계셨다면 호통 많이 치셨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모든 노동자·민중의 언덕이자 거점"인 마당집
'백기완 집 문 열었소'
오전 10시 40분께개관을 알리는 만장을 든 노동자가 앞장서자 꽹과리·장구·태평소를 연주하는 놀이패가 뒤따르며 마당집 골목 한 바퀴를 돌았다. 가락에 맞춰 서로 손을 맞잡고 춤추는 모습이 낯선 듯 인근을 지나던 행인들도 잠시 멈춰 구경했다. 구성진 춤판과 노래가락은 개관식 내내 끊이지 않았다. 사람들이 마당집을 덮었던 제막식 천을 걷어낼 때도, 백 소장의마지막 옷을 지은 이기연(질경이 우리옷 대표)씨가 천을 가를 때도, 판소리 명창의 공연을 듣고 고인을 기릴 때도 흥겨운 노래가 계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