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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기념관 건립 추진 세력, 과거 이승만보다 더 위험
2024-05-06 18:37:38
민족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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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도심공원으로 남아 있는 종로구 송현동 땅에 이승만 기념관을 건립하겠다고 공언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려 하고 있다. 언어도단이고 반헌법적인 망언이요, 망동이 아닐 수 없다.

나는 배재대학교에 재직 중이던 2008년과 2018년에 교정에 설치되었던 이승만 동상 철거를 위한 행동에 나섰던 적이 있다. 두 번이나 철거되었던 이승만의 동상이 배재대학교에 세 번째로 기습 설치되던 2008년 6월 5일, 출근길에 이 사실을 알게 된 나는 설치에 반대하는 1인 피켓시위에 나섰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몇몇 동료교수와 학생 및 동문이 합류했으나 설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학교 홈페이지에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글을 게시하고, 총장에게 공개 편지를 보내고, 구성원의 의견 수렴을 청하기도 했지만 끝내 총장과 대학본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나의 이승만 동상 철거 투쟁은 아무런 성과도 없이 무력하게 끝났다.

그 후 10년 만에 나는 다시, 이번에는 대전지역의 많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이승만 동상 철거 공동행동'을 결성하여 철거운동에 나섰다. 4.19혁명 58주년이던 2018년 4월 19일,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년을 1년 앞둔 시점에 우리는 배재대 교정의 이승만 동상 철거를 요구하는 집회와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약 2개월에 걸쳐서 나는 거의 매일, 때로는 공동행동 구성원과 함께 때로는 혼자서, 그 동상 앞에서 철거를 요구하며 피켓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이 싸움 역시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공동행동의 계속된 철거 요구에도 어떤 대응도 하지 않은 배재대학교는 결국 이승만 동상이 설치된 전국 유일의 대학으로 남아 있다. 퇴직한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끝내 이승만 동상을 철거하지 못한 것을 참으로 수치스럽고 후회스러운 일로 여기고 있다. 피켓시위가 아니라 밧줄을 걸어서라도 동상을 끌어내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나 자신의 나약함과 비겁함에 여전히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다.

이승만의 과오,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부끄러움을 조롱이라도 하듯 이번에는 서울시장이 도심 한 가운데에 이승만 기념관을 건립하겠다고 나선 것을 보고 경악을 넘어 강한 분노를 느낀다. 앞서 두 번의 이승만 동상 철거 싸움은 실패로 끝났지만, 그런 실패를 또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나는 이 글을 통해서 왜 이승만 기념관 건립 기도가 반헌법적인 언어도단이요, 폭거인지를 분명히 밝히고자 한다.

2018년 4월 19일, 이승만 동상 철거를 요구하던 공동행동의 기자회견 때 나는 배재대학교 교수의 자격으로 이승만의 동상이 철거되어야 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이야기했다. 오늘 나는 다시 그 이야기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이승만의 과오에 관하여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고,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이승만이 최소한 세 가지의 씻을 수 없는 과오를 범했다고 생각한다. 아니, 과오라기보다는 차라리 범죄라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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