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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서울은 네덜란드와 다르네?
2024-05-02 17:17:03
최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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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종로는 좁고 오래된 골목이 문화유산 그 자체인 동네다. 4대 궁궐 외에도 세종대왕이 태어난 곳, 송강 정철과 겸재 정선의 생가터, 관청의 옛터, 궁녀들이 빨래를 하던 빨래터, 유관순이 빨래를 했다는 우물터, 윤동주 시인이 하숙을 하던 집이 아무렇지 않게 슥슥 나타나는 이곳을 나는 오래 전부터 좋아했다. 조선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이어지는 역사의 숨결에 북악산과 인왕산, 북한산의 변함없는 호쾌한 기운이 더해지니 그야말로 '취향저격'이다. 그렇기에 드디어 종로주민이 되었을 때의 감회는 남달랐다.

현재 거주 중인 곳은 정선이 그린 진경산수화의 배경이 되었던 계곡과 가까워 집에 도착하기까지는 좁은 골목을 지나 흡사 작은 등산과 같은 언덕 오르기가 필수코스다. 이 좁은 골목을 마을버스와 자동차, 택시, 택배트럭 등의 차량과 보행자, 그리고 아주 가끔 보이는 자전거 이용자들이 공유하고 있다. 이 동네에 처음 들어오는 택시기사님들은 놀라움과 경악을 섞어 말씀하시곤 한다.

"아니, 인도가 따로 없네요?!"
"그래도 서로 양보하면서 큰 불편함 없이 살아요."


동네주민으로서, 종로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좁은 골목을 옹호하고 만다. 그렇지만 사실 통행이 불편하긴 하다. 보행자 입장에서도, 운전자 입장에서도 말이다. 특히 아이와 함께 사는 사람으로서는 양쪽으로 오가는 차량을 경계하며 이동 내내 아이를 단속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운전자로서는 산재한 보행자들과 마주 오는 차량을 피하기 위해 신경을 늘 곤두세워야 한다.

그렇지만 좁은 골목을 터전으로 삼고 있기에 불편함은 어느덧 익숙해졌고, 그것을 감수하는 일은 당연한 일상이 되었다. 따뜻해진 날씨에 많은 등산객과 이곳의 문화를 즐기러 온 방문객들, 그리고 주민들과 차량들이 뒤섞여 그야말로 골목이 포화상태였던 어느 주말. 우리도 날씨를 만끽하기 위해 자동차를 타고 외출 중이었다. 창밖을 내다보던 아이가 말했다.

"사람이랑 자동차랑 같은 길로 다니네?"

아이의 질문을 듣는 순간 아이가 서울과 얼마 전 다녀온 암스테르담의 거리풍경을 비교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렇지? 네덜란드에서는 사람이 다니는 길, 자전거가 길, 자동차가 다니는 길이 따로 있었잖아. 서울에서는 다 같은 길로 다니지?"
"응, 그리고 자전거도 별로 없어."
"맞아. 네덜란드에서는 자전거가 엄청 많았잖아. "
"왜 그런 거야?"
"음. 서울에는 작고 큰 언덕이 많아서 자전거로 언덕을 오르내리려면 힘이 많이 들어. 네덜란드에서는 어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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