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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대비 취미로 시작한 모임, 이 정도로 대박일 줄이야
2024-05-04 19:29:34
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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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쯤 서울 서대문구 허름한 지하 음악 연습실에서 고등학교 선배들의 밴드 연습을 참관한 적이 있다. 밴드에서 색소폰을 부는 선배가 내게 자랑삼아 초대한 것이다. 그때만 해도 결성 초기라 한 달에 두 번 모여 손발을 맞추기 시작하던 때다. 이때 선배들의 연주를 보고 실력보다 의지와 열정이 대단하다고 말했던 것이 어렴풋 기억난다.

당시 선배들은 은퇴를 앞두고 취미 삼아 악기로 연주하는 삶을 꿈꾸고 있었다. 이들은 서슴없이 행동으로 옮겼다. 전문가를 초빙해 보컬과 합주기법도 특별 지도를 받았다.

노후 대비 취미로 시작한 '고교동창 음악밴드'

이후 한동안 선배들의 음악활동과 소식은 자세히 듣지 못했다. 가끔 동문회에서 만나면 아직도 연습을 계속하느냐는 정도만 물었을 뿐이다. 이태 전에는 선배들이 동창과 가족들 앞에서 '칠순기념' 공연을 개최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이들의 무대공연을 직관한 적은 없었다.

드디어 지난달 13일 선배들이 홍제천 폭포카페무대에서 동문을 초대해 공연을 한다는 연락을 받고 현장을 찾았다. 밴드이름은 'BB 밴드', 서울 인창고등학교 18회 졸업생(1972년 졸업)들로 나의 1년 선배들이다. 평균나이 71세 8명으로 구성된 밴드는 올해로 결성 14년째를 맞았다.

공연은 한마디로 놀랍고 감동적이었다. 과거 초보적인 수준을 훌쩍 넘어 마치 프로 록밴드의 연주를 연상시켰다.

구경 나온 시민과 동문들은 준비한 곡이 연주될 때마다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비틀스의 명곡 '오블라디 오블라다'를 부를 때는 이곳을 찾은 외국인들도 떼창 했다. 한 시간 동안의 공연은 내가 예상한 것 이상이었다. 잠시 멍할 정도였다. 갈고닦은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것 같았다.

사실 선배들이 꾸준히 자신의 취미를 살리고 이렇게 멋진 무대를 준비하고 연출할 줄은 전혀 몰랐다. 선배들의 공연은 노년세대에게 노후준비의 희망을 주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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