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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탓' 하던 사람들의 변화, '미지'가 보여준 우리들의 미래
2025-07-02 10:56:00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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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드라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미지의 서울>은 쌍둥이 자매 유미지, 유미래(박보영의 일인 이역)가 서른 고개를 힘겹게 넘어가는 이야기이다. 나이가 들어보면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뭐 그리 처연할까 싶다. 하지만 삶은 늘 당대성이라, 가능성으로 점철되었던 이십 대 청춘을 넘어 서른을 맞이하는 입장에서는 여전히 아무것도 손에 쥔 게 없는 듯한 그 고개만큼 막막한 것이 없을 것이다.

우물 속에 갇힌 사람들


엄마조차도 헷갈리는 일란성 쌍둥이 자매지만 미래와 미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요즘 유행하는 MPTI로 치자면 극 T(사고형)와 극 F(감정형)랄까. 성정만큼이나 두 자매의 인생사도 갈린다.

어릴 적부터 몸이 약해 부모님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았던 미래는, 그 보살핌에 보답이라도 하듯 우수한 성적으로 상경한 '공기업' 직원이다. 반면, 부모님의 관심이 햇살처럼 미래에게 향하는 동안 잡초처럼 자라난 미지의 삶은 여전히 '잡초' 인생이다. 한때 촉망받던 육상 선수였지만, 부상으로 꿈을 접은 후 서른의 미지는 고향 두손리에서 할머니를 간병하며 '프로 단기 계약직'을 전전한다.

그렇게 달랐던 두 사람의 인생 시계가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한약 대신 먹어주기, 결석하는 동생 대신 학교 가기처럼 너무 닮았던 두 사람이 가끔 써먹던 '치트 키'였던 "내가 너로 살게, 너 나로 살아"라는 선택을 다시 한다.

이는 미래를 위한 극약 처방전이었다. 두손리에서는 입신양명한 모범생 미래였다. 하지만 미래는 책상 만이 빼곡하게 정렬된 사무실 앞 자리, 모두의 눈길을 받아내야 하는 '왕따'가 됐다. 그녀의 선의와 고지식함은 하루아침에 모두가 손가락질하는 처지로 내몰았다. 마치 '심호흡'을 하듯 그런 미래에게 잠시 여유를 주기 위해 대신 미래가 된 미지, 하지만 그 시간은 그저 미래를 대신한 시간이 아니라, 미지 스스로 자신의 우물을 확인하는 시간이 된다.

<미지의 서울>은 홀로 저마다의 삶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이 시대 젊은이들을 들여다 본다. 남들이 보기에 번듯한 공기업 직원이든, 모두가 부러워하는 변호사든, 그게 아니라면 단기 계약직이든, 낙향한 자산운용사 대표든 모두 저마다의 우물 속에 갇혀 스스로를 부끄러워 하며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유는 제각각이다. 어릴 적부터 병치레가 잦았던 미래에게는 늘 가족에게 부채감이 있다. 그 부채감을 노력과 무던함으로 이겨내려고 했다. 엄마의 권유로 도전했던 행시에서 3년 내리 미끄러졌다. 그러기에 '한국금융관리공사'는 그녀에게는 마지못한 훈장이었다. 주변 사람들은 그녀를 칭찬했지만, 미래에게 자신은 노력으로 채워질 수 없는 보잘것없는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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