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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없던 1500년 전, 무더위 이겨낸 선조들의 지혜
2025-07-02 18:59:48
임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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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년 전 2024년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다. 기상청 발표에 의하면 작년 여름 평균 기온은 25.6℃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밤에도 잠 못 이루는 열대야는 전국적으로 20일이 넘게 이어졌다. 이는 평년 대비 3배를 넘는 기간으로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웠던 여름으로 신기록을 세웠다.

이러한 이상기후 현상은 생태계뿐만 아니라 건강과 일상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앞으로 여름은 어떻게 변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당장 올해 여름은 또 어떨까. 기상청의 예보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올해도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지는 엘리뇨 현상에 따른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으로 기록적 더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아직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폭염특보가 발효되며 올여름 찜통더위를 예고하고 있다. 이렇게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이 오면 현대인들은 무더위를 이겨내는 한 가지 방법으로 냉장고 속의 시원한 얼음과 아이스크림, 팥빙수 그리고 선풍기나 에어컨을 떠올릴 것이다.


집집마다 있는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 달궈진 몸을 식힐 수 있고 정수기 버튼만 누르면 시원한 얼음 조각이 콸콸 쏟아진다. 요즘에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얼음을 둥둥 띄워 마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대세다. 이를 빗대어 탄생한 신조어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나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새로운 문화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렇다면 에어컨도 냉장고도 없던 시절 옛사람들은 무더운 여름을 어떻게 견뎌 냈을까. 옛날에도 얼음을 맛볼 수 있었을까. 인공적으로 얼음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겨울에 얼음을 보관해 두었다가 이듬해 봄, 여름까지 사용할 수 있는 얼음 창고가 있었기에 한 여름에도 얼음을 쓰는 일이 가능했다.

인류는 언제부터 얼음 저장했을까

야생에서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하면서 거칠게 생존하던 인류는 1만 2천여 년 전부터 농업 경작을 시작하면서 비로소 정착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확보하게 되었고, 잉여 농산물을 보관하기 위해 창고를 만들었다. 이후 문명의 발전과 함께 여러 형태의 창고가 탄생했다. 그중에는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해 얼음을 보관하던 창고도 있었다.

인류 최초 고대 문명의 발상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수메르 왕국 사람들은 기원전 18세기부터 얼음 창고를 사용했다. 한 겨울 눈 덮인 산에서 얼음을 가져와 유프라테스강 주변에 보관했다. 땅에 구덩이를 파고 목재를 덧댄 다음 녹은 물이 잘 빠질 수 있도록 배수로를 만들고 그 속에 얼음을 저장했다.


기원전 400년 경 페르시아에서는 사막 한가운데 돔 형태의 '야크찰(Yakhchāl)'이라는 구조물을 만들어 얼음을 보관했다. 야크찰의 '야크(Yakh)'는 얼음을 뜻하고 '찰(chāl)'은 구덩이를 말한다. 말 그대로 '얼음 구덩이'라는 뜻이다. 현대의 페르시아에서 야크찰은 '냉장고'를 지칭하는 말로 통용되고 있다. 지금도 이란에는 많은 야크찰의 흔적이 남아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도 문명이 맨 먼저 발생한 중국에서 기원전 11세기 이전에 겨울에 생성된 얼음을 여름까지 보관했던 기술이 있었음이 확인되었다. 일본은 이보다 훨씬 늦은 시기인 기원후 4세기 인덕천황(仁徳天皇 재위 313~399년) 시기에 황실에 빙고(氷庫)를 설치했다는 내용이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정사(正史)의 기록인 '일본서기(日本書紀)'에 나온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했을까. 우리나라에서 얼음을 저장했던 최초의 기록은 <삼국유사(三國遺事)>에서 확인된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 제3대 유리왕(재위 24년~ 57년) 때 "쟁기와 보습(쟁기의 바닥에 붙이는 삽날 모양의 쇠붙이)을 만들고 '장빙고(藏氷庫)'를 지어 얼음을 저장하였으며 수레를 만들었다"라는 기록이 있다.

또한 <삼국사기>는 신라 지증왕 6년(505년)에 "얼음창고가 있었고 '빙고전(氷庫典)'이라는 관청이 이를 관리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볼 때 우리의 빙고 역사는 중국보다 늦고 일본 보다는 약 300여 년 빠르다고 할 수 있다. 대개의 문명이 그렇듯이 중국에서 시작된 얼음 저장 기술도 한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전해진 사례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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