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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약 안 먹고 관리한다? 의사로서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2025-07-03 17:10:23
화성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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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약 그냥 안 먹으면 안될까요? 제가 알아서 관리 좀 해볼게요."

진료실에서 환자분들과 마주 앉으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입니다. 혈압계의 빨간 숫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도, '평생 먹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선뜻 약 봉투를 받아들기 어려운 마음,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어제 술 한잔해서 그런 것 같은데...", "증상도 없는데 굳이...?", "혈압이 매일 다른데 이걸 어떻게 믿어요?" 등 머릿속을 맴도는 수많은 물음표들.

그래서 오늘, 여러분의 혈압 주치의가 돼 그 궁금증들을 하나하나 풀어드리려 합니다. 어려운 의학 용어는 잠시 내려놓고, 옆집 아저씨, 우리 할머니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혈압과 혈압약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혈압 150, 저 지금 쓰러지나요?" - 한 번의 숫자에 울고 웃지 마세요

"삑- 혈압 150/95mmHg." 이 숫자를 본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셨나요? 당장이라도 혈압약을 먹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에 휩싸이셨을 겁니다. 하지만 잠깐, 심호흡 한번 하시고 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단 한 번의 혈압 측정으로 당신을 '고혈압 환자'라고 낙인찍는 의사는 없습니다. 혈압은 원래 '밀당'의 고수거든요. 홧김에 소리 한번 지르면 치솟고, 끙끙거리며 화장실을 참아도 오르고, 출근길에 뛰기만 해도 춤을 춥니다. 심지어 의사 가운만 봐도 긴장해서 오르는 '백의 고혈압'도 흔하죠.

그래서 우리는 '한 번의 숫자'가 아니라 '지속적인 경향'을 봅니다. 며칠간 편안한 상태에서 꾸준히 잰 혈압이 계속해서 140/90mmHg을 넘는다면, 그때가 바로 우리 몸이 보내는 '진짜' 신호입니다.

"아픈 데도 없는데 왜 약 먹어요?" - 침묵의 살인자를 향한 변명

"혈압은 높은데, 몸은 멀쩡한데요?" 이보다 더 위험한 착각은 없습니다. 고혈압을 왜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를까요? 바로 티 내지 않고 조용히 우리 몸의 기둥인 혈관을 무너뜨리기 때문입니다. 낡은 수도관에 강한 수압을 계속 걸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 녹슬고, 터지고, 온 집안이 물바다가 되겠죠.

우리 혈관은 100년 가까이 써야 하는, 한번 망가지면 교체도 못 하는 소중한 자산입니다. 증상이 없다고 방치하는 것은, 시한폭탄을 끌어안고 괜찮다고 위로하는 것과 같습니다. 뒷목이 뻣뻣해지고 머리가 깨질 듯 아픈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혈관이 비명을 지르며 비싼 치료비 청구서를 내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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