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기사에 등장하는 민폐 카공족은 공공 테이블에 가림막을 세워 자신의 영역을 표시했을 뿐 아니라 오랜 시간 자리를 비웠다. 정말 도를 넘었다. 기사 아래 댓글이 살벌하다. 카공족 자체를 비난하는 글이 많다. 현대판 거지라는 말, 독서실이나 스터디 카페에 가라는 말 등은 애교 수준이다.
소중하고 감사한 장소, 카페
카공족은 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을 말하는 통칭으로 공부뿐만 아니라 책을 보거나 노트북으로 업무를 하는 사람까지 포함한다. 프리랜서 편집자인 나는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업무 처리를 할 때가 많아 카공족 기사가 나올 때마다 뜨끔 한다. 카공족과 카페주인을 갈라치기하는 것 같아 속이 상하기도 한다.
엄마인 내가 집에서 업무를 하지 않는 이유는 업무보다 집안일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밥을 먹으면 설거지를 해야 하고 설거지를 하고 나면 바닥의 먼지가 눈에 들어오고 그러면 청소를 하고, 청소하고 나면, 빨래가 눈에 들어온다. 그걸 하다 보면 또 식사 시간이 된다. 쳇바퀴다.
못한 업무는 점점 쌓여 마감을 맞추기 위해 밤을 새야 한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나면 대안은 역시 카페다. 집을 나와 카페로 향한다. 집에서 나지 않던 향긋한 커피 냄새를 맡으며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업무를 한다. 효율이 배가 된다.
카공족도 마친가지. 스터디 카페와 도서실에 가지 않는 이유는 카페에서 가장 업무(공부)가 잘 되기 때문이다. 적당한 소음과 높은 층고, 트인 전망, 맛있는 커피와 음식 등이 업무의 효율을 높여준다. 스터디 카페나 독서실은 너무 조용해 중간에 전화를 받는 업무를 할 땐 부담되기도 하고 밥을 먹으려면 또 장소 이동을 해야 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없다.
그러니 카페란 정말 소중하고 감사한 장소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카공족과 카페주인의 관계가 적대적인 관계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건 민폐 카공족 때문이기도 하지만, 카페주인의 고충까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이용자들의 잘못도 있다. 나도 예전엔 그랬다.
외주하는 회사 근처에 저렴한 커피 전문점이 있는데 회의 사이에 시간이 뜨면 그곳에 가 있곤 했다. 2년 전 어느 날, 그곳에서 책을 보고 있는데 아르바이트생이 오더니 나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