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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외할머니는 전쟁 피해자,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9살 소녀
2025-06-25 11:16:12
이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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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25일은, 6·25전쟁 제75주년 기념일이다. 나는 교과서에서나 배웠던 일이었기에, 솔직히 이야기하면 큰 관심은 없었다. 남들도 아는 만큼. 딱 그만큼만 알고 있으면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올해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특별한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할머니와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면서, 언젠가 옛날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다. 그 마음이 지금 발동한 것일까? 문득 할머니의 1950년은 어땠을지 궁금해졌다.

외할머니가 기억하는 6·25전쟁


나는 할머니께 편하게 말씀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촬영과는 상관없이, 서툴더라도 할머니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전해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메라(정확히는 스마트폰)를 정면이 아닌 측면에 배치하기도 했다.

할머니 정면에는 나와 어머니가 함께 앉아 할머니가 해주시는 그날 이야기에 빠져들 준비를 했다. 할머니는 천천히 말씀을 시작하셨다.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얼굴이었다.

"내가 42년생이니까, 1950년이면 9살 됐겠네."

나는 9살 할머니에게 가장 행복했던 기억이 무엇이냐고 여쭈었다.

"그때 살던 집이 컸어. 마당도 있고 큰 감나무도 있었고. 근데 내가 그 어린 나이에, 떨어진 감을 주워다가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드린다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 엄청나게 좋아하셨지. 지금도 그 얼굴이 생생해."

할머니는 정말 9살의 손녀로 돌아간 듯, 당신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얼굴을 떠올리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여전히 그 얼굴이 생생하다고도 했다(할아버지가 참 잘생기셨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런 할머니께 나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6월 25일을 기억하시냐고 말이다. 할머니가 9살이었기에, 기억하는 것이 많지 않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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