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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뉴스통신/ 장선화기자 |
MRO(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는 사무용품, 공구류, 산업안전장비 등 기업 운영에 필요한 자재를 의미한다. 직접적인 생산에는 투입되지 않지만, 운영 전반에 필수적인 품목이다. 국내 MRO 시장은 지난 2010년 서브원 출범 이후 급격한 성장을 거듭해왔으며, 현재는 행복나래, 나비엠알오, 아이마켓, 엔투비 등이 주요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플랫폼들이 거래 편의성만을 앞세운 채, 지역 경제와의 연계에는 소홀하다는 점이다. 서산 지역의 대표 석유화학 및 자동차 부품 기업들은 MRO 플랫폼을 통해 본사 공급처에서 자재를 직접 수급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지역 상권은 철저히 배제되고 있다.
한 지역 상공인은 “예전에는 볼트 하나, 프린트용지 하나도 기업에서 우리 가게에 들러 사갔지만, 이제는 클릭 한 번에 본사 물류로 바로 주문한다”며 “매출이 예년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MRO 플랫폼의 확산은 대기업을 넘어 중소기업과 공공기관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플랫폼 업체들은 맞춤형 서비스와 유연한 거래 조건을 제시하며 소규모 사업체까지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지역 소상공인들은 가격경쟁력과 편리성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지역에서는 정책적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 유치의 본래 취지가 ‘지역경제와의 상생’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 상황은 명백한 구조적 결함이라는 것이다.
지역 상인들은 “지금이야말로 공단, 관공서, 기업체가 함께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며 “지역 자재 우선구매제 도입, 로컬 등록업체와의 연계 등 현실적인 협력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유치의 그림자 속에서 지역 골목상권은 점점 말라가고 있다. 외형 성장의 이면에서 지역경제의 고립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