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귀성 인사는 대체로 밝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함께 사진을 찍기를 원하는 시민들뿐 아니라 "수고가 많다"고 악수를 건네는 모습이 보이는 등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이었다.
<오마이뉴스>는 민주당 지도부가 설날 인사를 마친 직후 귀성길에 오르기 위해 터미널 승강장에 있던 10여 명의 시민들을 만나 민주당을 향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경제가 어렵다" "먹고 살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제1당인 민주당에 대해서도 피로감을 나타냈다. 이들은 내란사태가 지속되면서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실망과 분노를 드러내기도 했다.
"먹고 살기 힘드니까 양쪽 다 보기 싫다"
40대 후반의 경상도 출신 여성은 "계엄 이후로 정말 경기가 최악이다. 돈 회전이 안되는 게 정말 심각하다"면서 "먹고 살기 힘드니까 국힘과 민주당 양쪽 다 보기 싫다"는 반응을 내놨다. 시민들이 대통령을 탄핵시켰는데 이 상황이 두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는 것.
스스로를 '광주 토박이'라고 밝힌 노아무개(40·남)씨는 국힘이 문제가 있기 때문에 민주당이 유지되는 것이지 민주당이 꼭 좋은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에 대해 "능력은 있는 것 같은데 뭔가 아쉽다"면서 국민의힘쪽과 협상을 통해 뭔가를 받아낼 수 있는 결론을 만드는 게 없다고 지적했다.
경기 김포에 산다는 박봉현(68·남)씨는 윤석열이 구속되고 빨리 탄핵심판이 마무리돼야 하는데 최근 여론조사 결과 등을 보면 '이게 맞는 건가' 싶으면서도 불안하다고 했다. 그는 최근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부각되는 상황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목포 출신으로 건설업에 종사한다는 조성원(55·남)씨는 "건설업계는 부도가 나고 난리"라면서 국힘이나 민주당 모두에게 불신을 드러냈다. 지금은 제일 중요한 게 서민들 먹고살게 해주는 거라고 강조했다.
시민들이 이구동성으로 "먹고 살기 어렵다"고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원화환율이 1450원대 내외로 움직이면서 월 평균 환율이 2009년 금융위기 당시와 맞먹는 수준인데다 경기 관련 지표도 일제히 부정적이다.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전산업 생산은 9~11월 석 달 연속 전기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지난해 1~11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해 20여 년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