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언니가 나에게 한 말이었다. 순간, 머리가 띵했다. '내가 한 말이 그렇게 막말인 걸까'. 그 언니가 이웃에 대해 말하는 도중 내가 감정 이입해 그 언니 편을 들어 준답시고 추임새로 한 말이 그건 '횡포지'였다. 그런데 그 언니에게는 '횡포'가 막말로 들렸나 보다. 부끄러움과 당혹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글 쓰는 사람은 늘 좋은 말만 써야 하나 다정하게?'
나는 전문 작가는 아니지만, 꾸준히 나의 마음을 꺼내어 글로 정리한다. 누군가에게 보여줄 때도 있고, 조용히 나만의 폴더에 넣어두기도 한다. 나에게 글쓰기란 그런 것이다. 세상의 속도와 소음 속에서 잠깐 멈춰 서는 일, 마음을 다잡고 삶을 돌아보는 일. 그런데 그날, 그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너는 글 쓰는 사람인데 왜…' 그 말엔 분명 기대가 담겨 있었다. 글을 쓰는 사람은 말도 곱고, 마음도 너그럽고,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을 거라는. 그 기대는 어쩌면 나도 품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도, 그들이 쓴 문장처럼 멋지고 따뜻한 사람일 거라 믿어왔으니까.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건, 스스로에게 늘 질문을 던지며 살아간다는 뜻이다. 이 문장을 써도 될까? 이 말이 누군가에게 닿을까? 나는 지금 진실하게 쓰고 있는가? 나는 한 줄의 문장을 쓰는 데도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눌러 담는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공간에서 나는 스스로에게 가장 진실해지려 애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