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시즌3이 지난 6월 27일 공개되며 제작진 및 배우들이 긴 여정이 끝났다. 시나리오 집필에서 세 시즌 공개까지 6여 년이 걸렸고, 그 사이 한국 콘텐츠와 그 관계자들의 위상은 크게 높아졌다. 시즌1이 공개 후 국내에선 큰 반향이 없다가 8일 만에 글로벌 시청시간 1위를 기록하며 역수입되다시피 한 것에 비해 시즌3은 공개되자마자 93개국(플릭스패트롤 집계기준)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것만으로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유독 시즌3 공개 전후로 <오징어 게임>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대부분은 추측성 정보였지만, 일부는 실제 공개된 내용과 맞아떨어지며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6월 3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황동혁 감독에게 가급적 현재까지 공개된 소문들과 <오징어 게임>에 담긴 숨은 의도, 상징 등을 물었다.
① 할리우드 배우 케이트 블란쳇의 깜짝 등장
게임 종료 후 극중 인호이자 프론트맨(이병헌)이 미국에 사는 기훈(이정재)의 딸에게 유품을 전하러 갔을 때 우연히 목격하는 골목 풍경에 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화면에 잡힌다. 시즌1, 2에서 사람들에게 게임 참여를 유도하는 딱지맨(공유)의 여성 캐릭터 버전이라 할 수 있다. 애초에 시즌3 마지막 장면을 구상할 때 황동혁 감독은 잠깐의 등장이지만 한눈에 각인될 수 있는 배우를 원했다고 한다.
"한국에선 딱지남으로 불리는데 미국에선 여성 캐릭터였으면 했다. 대사도 한 마디밖에 없어서 잠깐 나와도 존재감이 큰 배우였으면 했다. 가장 먼저 떠올린 게 케이트 블란쳇이었다. 개인적으로 연기력이 지구 제일이라 생각하거든. 부탁드렸더니 너무도 쉽게 하겠다고 했다. 나중에 직접 만나니 아이들(케이트 블란쳇의 자녀는 4명)이 <오징어 게임>을 좋아한다고 하더라. 드라마가 공개되기 전까지 아이들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하고 섭외했다."
촬영 현장서 딱지치기가 서툰 케이트 블란쳇에게 황동혁 감독이 직접 시범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미리 연습용 딱지를 보냈지만 실제 촬영 때 딱지를 제대로 맞추지 못해 감독의 지도에 현장에서 수십번 연습했고, 그중 성공한 촬영분이 드라마에 그대로 담겼다.
② 시즌1 등장인물 중 살리고 싶었던 인물... AI 기술 활용했다
시즌1 공개 때만 하더라도 황동혁 감독은 다음 시즌을 이어갈 줄 예상 못했다. 그랬기에 우승자 성기훈을 제외하고 게임에 참가한 다른 캐릭터들은 모두 사망하는 걸로 묘사했다. 하지만 시즌3까지 이어지며 일부 팬들은 시즌1에서 활약했고 성기훈에게 큰 영향을 미친 일부 캐릭터가 소환되길 원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시즌3에 회상 장면에서 잠깐 새벽(정호연)이 등장해 성기훈의 폭주를 막긴 하지만, 골수팬들의 아쉬움을 달래기엔 부족했을 터. 혹시나 되살리고 싶은 캐릭터가 없었는지 묻자 감독은 이렇게 답했다.
"시즌1에서 1명 정도는 살려놓을 걸 그랬나 싶다. 시리즈가 이어지는 이유가 인기 있는 캐릭터 덕분이니까. 새벽이든 상우(박해수)든 혹은 오일남(오영수)이든 죽지 않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생각은 해봤다. 술에 취해 잠든 참가자들을 죽이려는 기훈을 정신차리게 하는 한 마디가 새벽이의 '아저씨, 그런 사람 아니잖아요'다. 시즌1에서 새벽이가 그렇게 죽임당했기에 시즌3에서 기훈을 멈추게 하는 한 마디로 쓰고 싶었다."
참고로 오일남의 목소리가 시즌3에 잠깐 등장하는 것에 실제로 배우 오영수가 참여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하다. 현재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 중이기에 논란이 될 수 있었다. 황동혁 감독은 "프론트맨이 겪은 걸 그대로 기훈에게 전하려는 장면이라 오일남이 과거의 인호(현재 프론트맨)에게 제안하는 장면이 꼭 필요했다"며 "하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해당 배우가 참여하는 게 어려워서 대역 배우를 섭외했고 녹음한 목소리는 AI 기술로 실제 오영수 배우와 비슷하게 만들어서 사용했다"고 답했다.
③ 공식 포스터에 빌런과 최종 라운드 진출자 힌트가?
일부 팬들은 시즌1과 다른 시즌의 공식 포스터를 비교하며 드라마 속 빌런과 최종 라운드 진출자를 알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주인공 성기훈 역의 이정재가 서있는 곳을 중심으로 그 오른편엔 게임을 설계하고 진행한 빌런이, 그의 바로 밑에 두 배우는 준결승과 결승 라운드 게임 진출자라는 얘기다.
예를 들어 시즌1 포스터를 보면 이정재 오른편엔 배우 오영수가, 이정재 바로 아래엔 박해수와 정호연이 자리해 있다. 시즌3 포스터에선 이정재 오른편엔 이병헌이, 아래엔 임시완과 조유리가 위치했다. 박해수가 연기한 상우가 결승에서 패했고, 정호연의 새벽이 바로 직전 준결승 게임에서 탈락했다는 사실, 그리고 임시완이 결승에 진출했고, 조유리가 준결승에 해당하는 게임에서 사망 후 그 아이가 결승에 진출했다는 걸 보면 납득이 가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