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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죽음... 이게 '교육' 맞습니까
2025-07-01 20:54:49
김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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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문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건 커다란 운동장. 흙 먼지만 가득한 이 공간엔 아이들도, 생명도 보이지 않는다. 간혹 축구 하는 아이들 몇 명이 있지만, 햇빛이 내리쬐는 여름이면 사막과 같은 운동장은 활용되기 어렵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흙 회오리가 날린다. 학교 둘레를 따라 심어진 몇 그루의 나무가 위안을 줄까. 그러나 고개를 들어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허리나 머리가 잘린 나무들의 비정상적으로 길게 뻗은 나뭇가지가 위태롭게 흔들리며 힘겹게 버티고 있다.

"너무 커서 위험하대요."
"꽃가루 날리면 민원이 들어온대요."

교직원들은 말한다. 가지가 자꾸 떨어져 치우기 힘들다는 이유, 민가를 가린다는 민원, '깨끗해야 한다'는 미명 아래 해마다 반복되는 강전정(强剪定, 굵은 가지를 잘라내는 가지치기). 나무는 수형을 잃고, 생명을 잃는다. 살아남더라도 흉물스럽게 변한 모습으로 '문제적 존재'가 된다. 고통스러운 강전정을 반복하다 끝내 죽어버린 나무들조차도 관심 받지 못한다. "이 나무, 죽었어요." 한마디에 그제야 사람들이 고개를 든다.


학교의 역사는 학교 숲이 말해준다. 100년이 넘은 학교라고 하면 어떤 풍경이 떠오르는가. 담쟁이덩굴이 드리운 고풍스러운 학교 건물, 넓은 그늘을 드리운 커다란 나무와 그 나무들로 둘러싸인 학교. 나무 밑에서 쉬거나 땅을 파고 놀고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의 풍경.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휑한 운동장, 어린 나무들, 그리고 둘레가 커 꽤 오래된 나무임을 유추할 수 있지만 강전정된 나무들뿐이다. 우리가 품고 있던 '이상 속의 학교'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속 한 장면일 뿐일까.

여주의 한 초등학교에는 50여 년 된 양버즘나무가 있었다. 그런데, 하얀벌레가 생겨 좀 정리해 달라는 학교의 요청에 조경업체가 강전정을 한 뒤 흉물스러워졌다. 학교는 흉물스러워진 이 나무를 벌목하려 했는데, 2회 졸업생이라는 지역 주민 어르신의 요청으로 간신히 존치되었다. 그 나무는 수십 년 지역 주민들의 성장의 역사에 함께 해왔던 것이었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벌레를 제거하고 숲체험 하라니

생태가 없는 학교에서 생태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교과과정에는 생태가 중요하다고 되어 있지만, 현실은 해도 연 1~2회의 외부 숲 체험에 그친다. 그마저도 벌레를 없애고, 나무 밑은 가지가 떨어진다고, 풀은 벌레가 있어 위험하다고 피한다.

생태를 통제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려는 이 시도들은 교육의 본질을 외면한다. 최근 한 교육대학교 교수는 생태교육 세미나에서 '생태교육에 흥미를 갖게 하기 위해 아이들이 싫어하는 벌레를 제거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태교육을 해야 한다'는 요지의 발제를 했다. 아이들이 가장 몰입하는 생태교육은 곤충이다. 모기는 싫지만 사슴벌레는 교육자료로 써야 하는 건가. 모기, 파리 등 혐오받는 곤충을 없애기 위한 조치는 다른 곤충들도 없애는 일인 것인데... 자연을 통제하고 순화된 '자연 흉내'를 제공하자는 말이다. 생태에 대한 기본 개념이 실종된 교육이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장마철마다 멸종위기 2급 맹꽁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학교 주변 우수관에 적당한 낙엽과 물이 고여 맹꽁이에게는 최적의 번식지였다. 그러나 지난해 낙엽이 막힌다는 이유로 학교는 모든 수로 위에 촘촘한 덮개를 전면적으로 설치했다.

이후 올해 장마철 맹꽁이 소리가 나서 필자가 모니터링을 갔는데, 들어갈 수 없는 수로 덮개 위에서 몇 마리의 맹꽁이를 발견했다. 수로 속 맹꽁이와 덮개 밖 맹꽁이는 만날 수 없는 견우와 직녀 같았다. 걱정하던 중 3일이 지나고 맹꽁이 소리는 완전히 사라졌다. 맹꽁이는 어디로 갔을까? 인근 어디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여름밤이 고요하다.

이는 생존을 가로막는 물리적 차단으로 보인다. 멸종위기 2급에 대한 인식도, 관심도 없는 결정이었다. 맹꽁이 소리가 나도 뭔지 몰랐고 뭔지 알아보지도 않은 듯했다. 교장은 정기적으로 바뀌고 학교 생태 조사는 하지 않는다. 무관심과 방관 속에 맹꽁이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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