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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삼국지 속 한국의 선택, 이재명 정부는 무엇을 할 것인가?
2025-07-12 19: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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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길모 미디어이슈 고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의 2005년 저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는 지난 20여 년간 화제가 된 만큼이나 조롱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2045년을 콕 짚어서 그 때가 되면 인간이 디지털 영생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으니 그의 주장에 나름 근거가 없지 않다고 생각하던 사람들까지도 2045년은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았었습니다. 기껏해야 앞으로 한 100년쯤 지난다면 커즈와일의 장밋빛 기대가 어느 정도 실현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정도가 그나마 긍정적 반응이었을 뿐입니다.

 

2025년, 커즈와일은 “마침내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er’)는 저서를 통해, 한층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자신이 20년 전에 했던 예언들이 모두 들어맞아 가고 있다면서, ‘2045년 특이점 도래’가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그동안 필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커즈와일의 주장을 인용, 우리 모두 2045년까지 목숨을 유지하면 영생을 누릴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왔지만 단 한 사람도 귀 기울여 듣는 경우를 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한 번 웃자고 해보는 소리 정도로 치부되었던 커즈와일의 20년 전 주장이, 2025년 한층 진화된 논리와 근거를 바탕으로 버젓하게 출간되고, 국내 번역된 그의 신간이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소식은 반갑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더구나 이재명 정부에서 미래기획AI수석으로 발탁된 국내 최고의 AI전문가 하정우가 커즈와일의 신간을 ‘국민 필독서’로 강추한 것도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하 수석의 추천 이유가 커즈와일의 주장에 100% 동의한다기보다 AI발전의 미래상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친숙도 증대를 겨냥한 것으로 이해됩니다만.

 

어찌되었든 커즈와일의 2045년 특이점 주장이 대한민국 정부의 고위직으로 초빙된 국내 최고전문가의 지지를 받는 것이라면, 그 동안 필자가 떠들었던 얘기들도 허언증으로 매도될 일은 아니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번 신간에서 커즈와일은 더욱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다음과 같이 주장합니다.

 

“지금 우리는 모든 역사를 통틀어 가장 흥미진진하면서도 중대한 시기를 맞이했다…..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수천 년 동안 특이점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온 인류의 대장정은 이제 전력 질주 구간에 이르렀다. 《특이점이 온다》 머리말에서 나는 우리가 “이 전환의 초기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이제 우리는 그 정점에 진입하고 있다. 그 책이 먼 지평선을 언뜻 보여주는 것이었다면, 이 책은 그곳에 도달하는 마지막 수 킬로미터 구간을 보여준다……”

 

 “2030년대에 완성될 한 가지 핵심 능력은 우리 신피질의 위쪽 영역을 클라우드에 연결하는 것으로, 그렇게 되면 우리의 사고가 직접적으로 크게 확장될 것이다. 이제 AI는 경쟁자라기보다는 우리 자신의 확장된 일부가 될 것이다. 이런 진전이 기하급수적으로 일어나면서 2045년 무렵에 우리의 지능은 수백만 배나 확장될 것이다…… 마침내 초인적 AI의 도움을 받아 가상 신경세포층으로 우리의 신피질을 방대하게 확장시킬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는 문제로 넘어갈 수 있다. 이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사고방식이 나타날 것이고, 결국 우리의 지능이 수백만 배나 팽창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특이점이다.”(‘The Singularity Is Nearer, 본문 중)

 

커즈와일의 관심은 인공지능의 미래가 ‘인간을 닮은 기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기계를 닮은 인간’을 창조하는 것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생물학적 한계에 갇혀있는 인간을 AI기술 등을 통해 해방시킬 수 있다면, 인간의 수명조차도 한계를 벗어날 수 있고, 그리하여 ‘디지털 영생’을 누리는 새로운 인간(Post Human)이 출현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지요. 우리 인간의 기억이 업로드 되고(mind-uploading), 그래서 우리가 하나의 ‘파일’이 되고, 수십 수백 개의 ‘버전’으로 확장되어 전혀 다른 삶을 중복적으로 누릴 수 있는 세상이 온다는데, 그것도 우리가 죽기 전에 우리 세대에 실현될 수도 있다는데, 커즈와일의 이렇게 멋진 상상력은 존중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됩니다.

 

새삼 커즈와일의 신간 얘기를 장황하게 늘어놓게 되는 이유는, AI 발전의 미래상을 놓고 섣불리 기대보다는 걱정을 앞세우는 풍토가 조금은 안타깝기 때문입니다. 종교분야의 장사꾼들은 예로부터 ‘종말론’을 통해 사람들을 겁박하면서 뒤로 잇속을 채워왔습니다. 기술발전이 인간성 말살이라는 최악의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근거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간의 인류 역사에서 기술 발전은 언제나 인간의 삶을 풍요하게 만들어간 원천이었습니다. AI 발전이 ‘트랜스 휴먼’을 거쳐 ‘포스트 휴먼’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커즈와일의 장밋빛 기대와 전망은 그래서 더욱 긍정적인 의미를 갖게 됩니다.

 

한편으로 커즈와일의 주장을 상기하는 까닭은, 이재명정부가 5년 동안 향후 100조원 투자를 통해 우리나라를 AI 3대 강국으로 도약시킨다는 희망찬 전망을 내놓은 것이 반가운 탓이기도 합니다. 정부와 민간이 5년 동안 100조를 AI사업에 투자한다는 것이 사실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정부가 투자를 주도하는 중국은 이미 10조 위안(190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진행 중이고, 미국의 민관투자(정부 2.1%, 민간 97.8%) 규모는 늘 세계 1위였습니다. 영국이나 EU, 일본 등의 투자계획에 비춰볼 때도 5년간 100조 투입은 오히려 초라한 수준이라고 해야 할 듯합니다.

 

장기투자 계획과는 별도로, 정부가 내년까지 1.8조원을 투입해 H100 GPU 18,000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전문가들은 GPU 수급 문제와 재정 부족을 지적하면서 정부의 AI 인프라 구축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인 오픈AI의 GPT4o에 1만 5000장, 일론 머스크의 xAI가 최근 공개한 ‘그록3’에는 20만 장의 GPU가 투입됐다고 하며, 2023년 기준으로 단일기업 메타와 MS가 보유한 GPU가 각각 15만장에 이른다고도 합니다.(현재 한국이 보유한 H100 GPU는 2000개 수준)

 

이렇듯 상대적으로 빈약한(?) 투자계획에도 불구하고 ‘세계 3대 AI강국’ 진입을 호언하는 것에 선뜻 믿음이 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재명 대통령이 관련 장관이나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임명 등에서 AI에 대한 관심과 열의를 우선하는 것을 보면 기특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국가 최고 지도자의 강력한 추진력에 국민적 동의와 참여가 결합된다면, 과거 새마을운동의 성공신화만큼이나 ‘AI 새나라’가 가능하지 못할 것도 없습니다. 

 

2023년 윤석열 대통령이 ‘양자 기술’에 꽂혀, 정부가 2035년까지 민관 합동으로 최소 3조원을 투자해 양자 기술을 선도국의 85% 수준까지 달성한다는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전략’을 발표했었는데, 이는 양자과학기술의 중장기 비전과 종합 발전 전략을 담은 최초의 국가전략으로 평가되기도 했었습니다.(2023년 당시 존 마르티니스 U.C. 산타바바라대 교수는 "국가 정상 중에서 양자과학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정상은 처음"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찬사를 보냄) 윤석열 전 대통령이 엉뚱한 짓만 안했다면, 우리나라가 세계 양자기술의 선도국으로 발전할 기틀을 마련했을지 또 모를 일입니다. 

 

AI 발전은 이제 인공 일반지능(AGI) 개발 단계에 들어서고 있으며, 인간 지능이 아예 상대가 되지 않을 초지능(ASI) 개발도 머지않은 것으로 얘기되고 있습니다. 양자기술과 결합된 양자인공지능(QAI)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IBM이 일본의 세계 7위급 슈퍼컴과 협력해, 양자컴퓨터와 기존 컴퓨터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양자컴퓨터’를 시험하고 있는 것도 주목해볼 일입니다. 바야흐로 커즈와일의 장밋빛 청사진이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런 시기에 우리가 이재명정부의 호언대로 향후 5년 이내에 세계 3대 AI강국이 될 수만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비록 정부투자와 국내 민간기업 투자, 국민펀드까지 박박 긁어모아봤자 미국 거대기업 한 개의 투자규모에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탁월한 대한민국 국민들이 단결하여 힘을 모아간다면 ‘세계 3대 AI 강국’ 실현이 꼭 꿈에 그치진 않으리라고 확신합니다. 한편으론 3대 강국을 목표로 분전해야 ‘5대 강국’에라도 낄 수 있을 것이란 현실적 기대도 갖게 됩니다. 

 

다만 시작부터 불안한 것은,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영 손발이 맞지 않는 집권세력의 엉성한 태도입니다. 세계 3대 AI 강국을 목표로 전진할 때, 우리 대한민국이 가진 가장 위대한 자산은 ‘똑똑한 AI인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EU 등에서는 AI발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 교육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AI 강국을 지향한다면, 무엇보다 어린 학생들부터 AI에 대한 체계적 교육이 긴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를 지배하는 거대여당 민주당은 오로지 윤석열 정부가 추진했다는 이유로 AI교과서 채택을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격하시키는 법안을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전교조가 반대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인 듯합니다. 이런 엇박자로 AI 3대 강국은 요원한 꿈일 수밖에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지도자의 혜안과 성실한 추진력에 국민들의 피와 땀이 어우러져 지구촌에서 유일무이한 성공신화를 이뤄냈던 위대한 나라입니다. 그까짓 AI 3대 강국의 꿈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우리가 이루지 못할 꿈이라고 지레 짐작할 일은 결코 아닙니다. ChatGPT 유료 구독자 수가 미국 다음으로 많은 나라가 우리 대한민국입니다. 정부 역량과 정치력이 문제일 뿐, 우리 국민들은 이미 AI 양대 강국 수준으로 멀찌감치 전진해 있는 것은 아닐까요?

 

AI강국의 길에 ‘양자기술’은 필수적인 요소임에도 ‘윤석열이 선점한 양자’인 탓인지, 양자의 ‘양’자도 얘기하지 않는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은 침을 튀기며 AI강국을 외치건만 거꾸로 가는 집권여당, 존재감마저 상실한 제1야당이 어우러진 이 처참한 정치력으로 어떻게 대한민국 국민을 하나로 묶어 ‘특이점’을 향해 전진하겠다는 것인지, 아쉽고 안타깝기 그지없는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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