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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환자 보호자 대다수 저지르는, 해선 안 될 일
2024-04-27 14:45:08
조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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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주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리도 끔찍하게 느껴지는, 치매

2021년 방영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슬의생)의 시즌2 중 눈에 띈 장면이 있다. 8화에서 극 중 소아과 의사 안정원(유연석 분)의 어머니 정로사(김해숙 분)는 어느 날 기억력에 문제가 생긴다. 친척의 결혼식에 가는 일정도 잊어버리고, 외출했다가 집에 왔는데 현관문의 비밀번호가 생각이 나질 않아 당황하기도 한다.

자신이 치매에 걸린 것이 아닌가 불안해하던 로사는 결국 낙상 사고가 나서 병원으로 실려 가고 검사를 진행한 뒤 신경외과 의사인 채송화(전미도 분)에게 수두증 진단을 받는다.

쉽게 말해 뇌에 물이 차 있다고 할 수 있는 이 병은 결코 간단한 질병은 아니지만 수술을 하면 회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기억력이 안 좋아지고 자꾸 실수가 이어지는 동안 자신이 치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로사는 오히려 수두증이라는 말에, 그리고 수술하면 곧 좋아진다는 말에 안도의 깊은 숨을 내쉰다. 그리고 그의 아들은 치매를 걱정한 엄마를 보며 별 걱정을 다했다는 표정이다.

나는 이 장면에서 문득 '이 장면을 보고 있을 치매 환자와 보호자는 어떤 느낌일까'라는 불편한 감정이 들었다. 수술을 해야 하는 큰 병에 걸렸음에도 단지 치매가 아니라는 것만으로 그리도 안심을 하다니, 그만큼 치매는 인간으로서 걸리면 안 될 것 같은, 지독하고 나쁜 병으로 인식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라는 느낌에 입안이 씁쓸했다. 몇 년 전 돌아가신 필자의 친정어머니가 한창 치매를 앓고 있던 시절, '내가 그런 병에 걸리면,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어'라고 말하는 지인의 말에 깊은 상처를 받았던 적도 있다.

영화 <스틸 앨리스>(2015)는 명망있는 언어학 교수 앨리스(줄리안 무어 분)가 어느 날 희귀성 알츠하이머에 걸리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세 명의 자식과 든든한 남편이 있던 화목한 가정, 언제까지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줄 알았던 학자로서의 삶이 서서히 무너져 감을 느끼는 앨리스.

두려움을 느낀 그녀는 어느 날, 멀지 않은 미래의 자신, 즉 병세가 지금보다 훨씬 악화된 치매 환자로서 가족들을 힘들게 할 것이 분명한 미래의 자신에게 영상 편지를 쓰기로 마음 먹고 녹화를 한다. 다름 아닌 '약을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는 내용을 담아서.

드라마 <슬의생>의 로사가 치매에 걸린다는 사실만으로 두려워했던 이유, 그리고 영화 속 앨리스가 치매에 걸렸으니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 낫다고 여기는 이유는 모두, '치매'가 환자 자신보다 주변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병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리고 기억이나 기존 습관을 잃으며 '나 자신을 잃는' 병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그 어떤 병에 걸리더라도 마찬가지다. 하다못해 심한 감기에 걸려도 누군가의 간병이 필요하고 평소 자신이 진행하던 일상에 차질을 빚게 된다.

다른 병은 회복이 가능한데 치매는 그렇지 않다고? 질환 중에는 당뇨처럼 완전한 회복보다는 평소의 관리가 더 중요한 질병이 꽤 있다. 그런 다양한 지병을 가진 채 살아가는 이들 모두에게 우리는 '병에 걸리면 죽는 게 낫지'라고 쉽게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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