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오마이뉴스
하늘에 가까운 곳에 있는 박정혜 소현숙... 밤새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2024-04-27 17:14:15
김웅헌
  •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 카카오톡으로 공유하기
  • 트위터로 공유하기
  • url 보내기
지난 26일 오후 4시 10분 시외버스를 타고 부랴부랴 내려왔습니다. 인천에서 경북 구미까지 완행버스를 4시간 넘게 탔습니다. 지난번에 자장면 한 그릇만 대접하고, 쏜살같이 도망갔던 미안함 때문에 다시 내려오게 됐습니다.

두 분에게 미안한 말씀을 드립니다. 늦은 밤 9시에 도착했었습니다. 도착하기 전, 먼저 구미 옵티칼 공장에 내려가 있던 동료들이 구미종합터미널에 데리러 오겠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다 도착하니 택시 타고 들어오라는 말을 전했습니다.

나이 오십에 소심하기 짝이 없었는지, 회의 끝나고 피로가 밀려온 배고픔 때문인지 도착 소요시간이 다 되어서야 그 말을 들으니 못내 섭섭했습니다. 이 기분 상태로 공장으로 들어가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참 못났지요. 그래도 두 분의 얼굴은 보고 가야지라는 마음에 택시를 타고 불타버린 구미 옵티칼 공장에 도착했습니다. 농성 중인 옵티칼하이테크지회 조합원과 먼저 도착한 동료들의 얼굴을 보니 참 소심한 제가 부끄럽기 그지없었습니다.

늦은 저녁을 함께 먹었습니다. 조합원들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이 SNS에 올렸다는 글을 보고 마음이 찡했습니다.

"고공농성 12일째, 밤이 되면 집집마다 불이 켜져 있는 아파트가 보인다. 너도나도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있겠지. 우리 가족들도 퇴근하고 집에서 저녁은 먹고 있을까? 전화를 해 본다. 우리 조카는 이제 4학년이다. 매번 전화할 때마다 집에 언제 오느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곧 간다고 했지만, 이제는 알아버렸다.

이모가 옥상 위에 올라와 있다는 것을. 집에 한참 동안 못 간다는 것을. 그때부터는 언제 오느냐고 묻지 않는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모가 무엇을 위해 집에 못가는지는 아는 것 같다. 그래서 더 힘내서 싸워야 한다.

지켜봐 주고 기다려 주는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기 위해, 밑에 있는 동지들도 똑같을 거다. 가족과 같이 예전처럼 평범했던 삶을 위해 지금 더 힘차게 싸우고 있다. 비록 지금은 함께 할 수 없어 슬프고 힘들지만, 우린 곳 평범했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저는 박정혜 수석부지부장의 글을 읽고 두 눈을 지그시 감고 상상을 해봤습니다. 낮에 연대 온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나고, 적막히 흐르는 야밤에 건너편 아파트를 보며, 어떤 집은 온 가족이 모여 일상의 소소함을 이야기하며 웃고 울고 하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 그런데 나는 육지의 섬처럼 고립된 이곳에서, 불타버린 공장의 옥상에서 111일을 넘기며 이러고 있을까? 솔직하게 말하면 저 같으면 가끔 밀려오는 우울과 무기력에 무너졌을 것입니다.

왜나고요. 제가 8년째 기러기 아빠라 그 마음을 잘 압니다. 식당에 가서 혼밥을 먹다가도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는 가족만 봐도, 고향을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나오는 시골 어머니 같은 분들의 일상을 보다가 갑자기 밀려드는 외로움에 눈물이 날 때가 흔하니까요.

전체 내용보기
주요뉴스
0포인트가 적립되었습니다.
로그인하시면
뉴스조회시 포인트를 얻을수 있습니다.
로그인하시겠습니까?
로그인하기 그냥볼래요
맨 위로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