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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이제 대통령이 우리 삶에 관심을 갖는 건가요?"
2024-04-27 19:42:18
서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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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세금을 깎아주는 걸 무조건 서민 경제를 위한 조치라고 여기는 사람들을 설득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인들이 한목소리로 떠들어대고, 언론에서도 그들의 말을 받아쓰기 급급하다 보니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듯하다. 학교에서 경제 교과를 배우는 아이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가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를 2개월 더 연장한다는 뉴스에, 아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제야 서민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며 이구동성 말했다. 기름값이 오르면 그러잖아도 고물가인 상황이 더욱 악화하게 된다는 생각에서다. 언 발에 오줌 누기일지언정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서민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덧붙였다.

지난 총선 직전 대통령이 하나로 마트 매장에서 대파 한 단을 들고 "875원이면 합리적 가격"이라고 한 장면을 그들도 또렷이 기억했다. 먹거리 물가가 너무 올라 장보기 겁난다는 부모님의 하소연을 귀에 못박이도록 들어온 터다. 아이들은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가장 중요한 이유가 대통령이 민생에 무관심하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유류세 인하, 결국 이익 보는 사람은 누구?

과연 유류세 인하가 민생 정책일까. 아예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시야를 조금만 넓혀보면 되레 서민 경제에 해가 되는 자충수일 수 있다. 그보단 세금을 넉넉하게 거둬 사회경제적 약자인 서민을 위해 사용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다. 무릇 정치란 국가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일일진대, 쓸 수 있는 세금이 모자라면 정치의 효능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아이들은 유류세 인하가 부유층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정책이라는 점을 쉽게 연결 짓지 못했다. 유류비 부담이 낮아지면 유류 소비가 많은 부유층일수록 혜택이 더 많아진다는 건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데 말이다. 예컨대, 단순 계산해도 연비가 낮은 대형 자동차를 타는 이들이 연비가 높은 소형차를 타는 이들보다 세금 감면을 더 받게 된다. 전기 요금을 낮추면 전기를 더 많이 소비하는 이들이 혜택을 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유류세를 인하하면, 결국 정유사 등 대기업에 큰 이익을 가져다주게 된다는 사실을 지적해도 대체 뭐가 문제냐는 투다. 문제 삼기는커녕 대기업의 수익이 늘어나면 그만큼 세금을 더 내게 될 테니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하기까지 한다. 대기업이 우리나라를 먹여 살린다는 논리는 이미 아이들 사이에서도 '진리'처럼 받아들여진다.

유류세를 인하하기보다 되레 인상해서 세수를 확보한 뒤 늘어난 세금만큼 유류비 부담에 허덕이는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지원하는 게 '정의로운' 방식이다. 그러나 이를 인정하는 아이들조차 그건 '이상'일 뿐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고 말한다. 유류세 인하가 최선은 아닐지언정 차선으로서 서민을 위한 나름의 민생 대책일 수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아이들이 말하는 '현실'은 기성세대 못지않게 강퍅하다. 세금이 공평하게 부과되는 것도 아닐뿐더러 거둔 세금이 제대로 서민을 위해 쓰이지도 않는 것 같다고 말한다. 세금이 정권의 쌈짓돈처럼 오용된 사례를 뉴스로 숱하게 접해온 터라, 애초 어떻게든 세금을 안 내거나 적게 내는 게 상수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세수의 많고 적음이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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