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대전 중구 선화동. 선화초등학교 담장 너머로 햇빛이 내리쬔다. 거대한 가림막 뒤, 백로들이 학교 지붕 위에 앉아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백로들이 지켜보고 있는 곳에는 처참하게 잘려나간 나무들이 남아 있다. 수년간 이어져 온 백로의 번식지가 사라진 것이다. 교사동 증축 공사를 위한 벌목이 단행되면서, 번식 중이던 백로들의 둥지와 그 위의 새끼들까지 함께 무너졌다. 잘린 그루터기와 흙더미, 흩어진 깃털 몇 조각만이 그 자리에 있었던 생명의 흔적을 말해줄 뿐이다.
번식기 한복판의 강행… 새끼 백로 115마리의 참변
이곳은 단순한 조경 공간이 아니었다. 침엽수 4, 5그루에 걸쳐 형성된 백로류 번식지였다. 중대백로, 황로, 중백로, 왜가리 등 4종의 백로류 약 50쌍이 번식하던 곳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2016년부터 생태 모니터링을 진행해왔고, 대전충남녹색연합과 선화초등학교는 협약을 맺고 백로와의 상생을 이야기하던 공간이었다.
2025년, 약 50쌍이 번식 중이던 이 번식지는 번식기가 끝나기도 전에 증축 공사를 이유로 벌목되었고, 수많은 둥지가 무너졌다. 일부 새끼들은 땅에 떨어졌고, 가까스로 구조된 115여 마리는 대전야생동물구조관리센터에서 보호 중이다. 그러나 이 중 약 30여 마리는 폐사했고, 현재 약 80마리만이 살아남아 있다. 방생에 대한 전문성과 여건이 부족해 야생 복귀의 성공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