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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만에 칸 영화제 초청" 독립 애니메이션 지킨 감독의 뚝심
2025-06-25 10:40:19
이선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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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나의 작은 인형 상자> 발표 이후 정유미 감독은 줄곧 독립애니메이션 영역에서 분투했다. 대학에서 회화과를 전공한 것도 고등학생 때 우연히 본 퀘이 형제(Quay Brothers)의 작품 영향이었을 정도로 애니메이션에 진심이었다. 그런 그가 올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초청으로 신작을 들고 세계 관객들과 만났다. <먼지 아이>(2009) 이후 16년 만이다.

제78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된 정유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안경>은 시력검사를 받는 한 여성이 자신의 내면을 탐험하고 바라보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영화제 상영 일정을 마친 뒤 <안경>은 정유미 감독의 7분 분량의 신작 <파라노이드 키드>와 함께 현재 메가박스에서 상영 중이다. 현재 부산에 거주 중인 정유미 감독을 24일 오후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안경 자체가 일종의 프레임"


두 작품은 모두 피폐해진 삶을 두고 그 원인을 찾는 캐릭터들의 태도가 인상적이다. <파라노이드 키드>는 정 감독의 여타 작품과 달리 내레이션이 들어갔다. 자기감정과 현재 상황을 자조적으로 고백하는 목소리를 배우 배두나가 맡았다. 이 작품이 자기애가 결여된 자기 고백이라면 <안경>은 그것을 직시하고 극복하는 과정이 담겨 있다. 독립된 작품이지만, 주제 의식에서 연작인 셈. 특히 <안경>은 패션브랜드 '김해김'의 김인태 디자이너가 직접 협업을 제안해 탄생했다. 애니메이션계의 칸영화제로 불리는 자그레브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연애놀이>(2015)를 본 김 디자이너가 정유미 감독에게 직접 연락해 성사된 경우였다.

"처음엔 광고처럼 김해김에서 제시하는 이야기를 토대로 짧은 영상을 만들려고 했는데 논의 과정에서 아예 제 작품을 하는 식으로 해달라고 하시더라. 등장하는 주인공이 김해김의 옷과 소품만 착용해도 된다기에 제가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파리에서 공부하실 때 제 작품을 우연히 보고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영감을 받았다 하시더라. <연애놀이> 속 남자 주인공 캐릭터를 자기 프로필 사진에 한동안 넣고 다닐 정도였다고.

저도 이야기를 구상하면서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를 보는데 연결점이 많았다. 아시아적이면서 프랑스적인 선이 강조된 디자인이 많았는데 제 작품의 초현실적이면서 약간 과장된 면이 비슷했다. 제가 옛날 걸 좋아한다. 해외여행을 가도 빈티지 시장, 벼룩시장을 꼭 가거든. <안경>에 나오는 거리도 19세기 파리 길거리를 형상화한 거다. 옛날에 나온 물건들은 실용성보단 장식의 의미가 강했잖나. 그 목적을 알 수 없는 게 참 재밌다. 제 작품에 담긴 느낌도 그런 느낌이 담겼으면 했다."

안경점인지 제3의 장소인지 알 수 없는 상점, 그리고 시력검사대에 그려진 작은 집으로 들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은 외부와 구분된 내면을 탐험하는 여정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 모호성을 이미지로 나름 형상화 한 것이다. 정유미 감독은 "제가 최근에 한 작품들이 대부분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였다"며 "안경 자체가 일종의 프레임이자 대상을 보는 시각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주인공이 안경을 맞추러 가니 안경점이겠거니 싶겠지만 특정하고 싶지 않았다. 내부 물건이 다 천으로 덮여있는데 주인공이 오니까 천을 걷었고, 그곳에 시력검사장치가 있었잖나. 다른 손님이 다른 목적으로 왔다면 점주는 그에 맞는 물건을 보여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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