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4일,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선서식에서 "세월호,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사회적 참사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국가가 주도했던 10여 회의 조사와 수사가 성과 없이 끝나 버렸고 공소시효마저 만료된 상태였기 때문에, 진상규명은 거의 포기하고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신임 대통령이 다시 진상규명을 꿈꿀 수 있게 해 주었으니 세월호 참사 피해자(4·16세월호참사 당시 세월호에 승선한 사람 중 희생자 외의 사람 -세월호의 선원으로서 여객의 구조에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탈출한 사람은 제외- 또는 희생자의 배우자·직계존비속·형제자매'를 의미)중 한 사람으로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맙고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강산이 한 번 변하는 세월 동안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참사 직후부터 일베 어린아이들과 보수 늙은이들, 여당(당시 새누리당) 정치인들로부터 노골적인 조롱과 탄압을 받았지만, 참고 견딜 만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노골적으로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피해자들을 탄압하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진상규명을 한답시고 여기저기서 직접 기록을 구하고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서 투쟁의 의지를 불살랐다.
나의 머리와 가슴은 아직도 진상규명을 향해 뛰고 있는데 소위 여론 주도층(오피니언 리더)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거의 다 밝혀졌다'라면서 침몰 원인은 '내인설'이 맞고 참사의 발생 원인은 뚜렷한 근거도 없이 막연하게 (집단적) 무능과 (조직적) 무책임, 교육과 훈련 부족, 결정 회피, 책임 회피, 눈치 보기 게임이라 주장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단체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보다는 ① 세월호 참사 및 이후 발생한 국가 폭력에 대해 대통령의 책임 인정과 사과 ② 4·16생명안전 공원 및 기억추모 공간의 차질 없는 건립과 존치 ③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등에 더 정성을 쏟는 것을 보면 서글픈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저들의 가슴 속에는 진정 진상규명을 하고 싶은 마음이 존재하는가? 그들의 위 요구가 과도하거나 잘못되었다고 비난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재발 방지를 위한다면 그리고 반대편 사람들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받고자 한다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앞에서 언급했던 여론 주도층들의 주장과 달리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아직도 규명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하기 위해서는 박근혜씨부터 말단 해경 의경까지, 해양경찰청을 비롯한 국방부, 교육부 등 모든 부처, 단원고등학교, 정보기관, 의료기관, 언론사까지 조사해야 하지만, 아직 형식적인 조사조차 하지 않은 곳이 많다. 그뿐만 아니라 진상규명의 완료 여부를 따지려면 반드시 조사 결과의 적정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현재 대한민국에는 이 임무를 수행할 개인이나 단체가 없다. 그런데도 계속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모두 밝혀졌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무식한 사람이거나 나무만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사람이라 평가할 수밖에 없다.
여론 주도층들은 세월호 참사가 (집단적) 무능과 (조직적) 무책임, 교육과 훈련 부족, 결정 회피, 책임 회피, 눈치 보기 게임 등 때문에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딱 하나의 원인만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관련된 해경의 수많은 부작위와 과실 그리고 다양한 우연들이 복잡하게 혼합된 복합적 사고이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이 모두 적확(的確)하거나 모두 틀렸다고 평가할 수 없다. 다만 세월호 사고 당시(9시 50분경 이전) 해경은 사고 선박의 선내 상황을 파악하여 탑승객들을 선박 밖으로 탈출시키는 조치만 하면 되었으므로 '교육 및 훈련 부족'은 적합한 근거가 될 수 없고, '무능'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들은 논할 가치도 없다.
세월호 사고 당시 구 수난구호법과 <해상 수색구조 매뉴얼>은 구조 활동과 관련한 최고 지휘권을 해경청장 김석균과 경비안전국장 이춘재 등에게 부여했지만, 이들은 함정탑승 경험과 상황실 근무 경험, 수색·구조와 관련한 실무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사고 현장을 애초에 지휘할 능력이 없었다.
이런 사태가 발생한 원인은 고시 및 간부후보생 출신만 중용하는 해경의 인사관리시스템에 있다고 본다. 이들은 임관할 때부터 정보, 기획, 수사, 예산, 비서 등 몸 편한 내근직 위주 또는 승진에 유리한 임무에만 투입되어 조직의 정점까지 승진했지만, 구조 활동과 관련한 실무 경험이 전혀(거의) 없어 정작 긴급한 상황에선 구조활동을 지휘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