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조 공사는 목조 시공의 꽃이라고 불릴 만큼 가장 많은 공사비를 요하고(내 경우는 그랬다) 하루하루 현장의 모습이 극적으로 바뀌는 단계다. 시공사 사장은 현장에 투입된 세 분의 목수가 모두 팀장급이라고 했다. 그만큼 실력이 출중한 분들이 집을 짓지만 그에 따라 건축주가 지불해야 할 인건비도 늘어나는 터라 마냥 좋아할 수도 없다.
시공사 첫 미팅 날, 구조재로 쓰일 투바이 목재에 대해 강도에 문제는 없지만 표면에 옹이와 피죽이 간간이 있는 2등급을 쓸 것인지 아니면 깨끗한 1등급을 쓰길 원하는지 질문을 받았다. 잘 몰랐던 나는 첫 집인데 깨끗한 것이 좋겠지 하며 1등급으로 해달라고 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현장 사진을 다시 살피다가 투바이 목재에 일본농림규격 'JAS'나 J-GRADE 표기와 함께 2급이라고 찍힌 스탬프를 발견했다. 시공사 견적에는 '캐나다산 1등급 구조재'로 명기돼 있는데 왜 다른 물건이 있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이미 공사는 끝났다. 골조를 올리기 전 목자재 입고 시점에 실물을 확인하고 따져 물어야 했다. 아무래도 난 김후회로 개명해야겠다.
경량목구조의 골조 명칭은 인터넷에 검색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외기에 맞닿는 벽은 2×6 구조재로, 실내 벽은 2×4 구조재로 제작하는데 목수 한 명이 한 벽면을 맡아 16인치 간격으로 셋기둥(stud)을 세우고 개구부를 만들며 인방(header)을 조립해 놀라운 속도로 벽을 세웠다. 밑 깔도리(bottom plate) 목재끼리 이어 시공하는 부분이나 벽받침(backer)이 세워지는 부분에 미세한 틈이 생기는 곳은 우레탄폼을 쐈다.
따로 사전에 협의되지 않았으나 후에 시공될 OSB 합판 하단부를 물과 습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토대목(mudsill)에 투습방수지를 스테이플러로 선시공했다. 이 순간만큼은 집 짓기로 마음먹은 때부터 뿌리내린 '과연 집이 세워지긴 할까?' 하는 의구심과 불안함이 조금 해소되는 것 같았다.
골조 공사를 앞두고 시공사에 골조 시공 시 벽받침이나 윗깔도리(top plate)에 가변형방습지 선시공을 요구했다. 소정의 인건비 증액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올 줄 알았는데 "목수들이 상그러워할 거라서" 안 된다고 했다. 거듭 가변형방습지(시공사 사장은 항상 내부 타이벡이라고 표현했다)를 생략해도 자신이 시공한 목조주택은 따뜻하고 난방비도 적게 든다며 차라리 창호를 좋은 것으로 업그레이드하라고 권했다.
내가 유별나게 추위를 타는 체질이라 가변형방습지 시공을 요구한 게 아니다. 목조주택을 짓더라도 만에 하나 물과 습기 때문에 골조가 상하게 되는 경우를 최소화하고 싶었다. 셋기둥과 OSB 합판 그리고 중단열재인 글라스울까지 습기로부터 지켜냄으로써 보다 좋은 벽체와 지붕 컨디션을 만들고, 벽과 지붕의 기밀성을 높여 미세먼지나 작은 해충들의 침입 가능성을 낮추며, 기밀해진 만큼 단열 측면에서도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에 가변형방습지 시공을 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