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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만난 이 대통령...그의 취임사 반복해 읽은 '영만 엄마'의 요청
2025-07-01 12:02:49
전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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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영만아 엄마가 보내준 아디다스 새 츄리닝 한 벌 잘 받았지? 그 예쁜 걸 있을 때 입혀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것도 어찌나 후회가 되고 아쉬운지...

단원고 4.16기억교실 3층, 2학년 6반의 오른쪽 끝 줄 두 번째 자리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이영만군의 자리다. 어머니 이미경씨는 2021년 4월 12일 기억교실이 개관한 이후 꾸준히 아들 자리에 있는 방명록에 글을 남겨 왔다. 왜 '츄리닝'이었는지 묻자, 이씨는 11년 전 4월 이야기를 꺼냈다.

2014년 4월 23일 새벽 2시께 아디다스 츄리닝을 입은 영만군은 "영원히 잊지 못할 수습번호 124번"으로 참사 후 일주일 만에 진도 팽목항에서 엄마에게 돌아왔다. 이씨는 "자꾸 그게 생각나서요. 영만이가 그 츄리닝을 참 좋아했거든요. 그래서 새로 사서 불태워 보냈어요"라고 말하며 당시를 회상했다.

"참사 직후에 팽목항에서 아이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릴 때, 엄마들이 별짓을 다 했어요. 어떤 엄마는 평소처럼 밥해놓으면 돌아온대서 안산 가서 밥 짓고 그랬어요. 애 아빠도 아들이 하도 안 오니까 '깨끗이 하고 영만이 맞자'고 하더라고. 그래서 일요일 낮에 읍내에서 흰머리를 까맣게 염색도 하고 목욕탕 가서 씻고 팽목항으로 다시 왔어요. 근데 정말 그날 밤에 우리 영만이가 돌아온 거예요."

이씨를 지난 6월 19일 안산 단원구 4.16기억교실(세월호 참사 기억·추모 공간)에서 만났다. 노란 원피스를 입고 노란 팔찌를 찬 엄마는 그대로 재현된 아들의 교실, 아들의 자리에 앉았다. 그는 "지난 11년간 가슴이 짓눌렸던 4월을 보냈지만 올해 4월에는 윤석열이 파면되며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으로 견딜 수 있었다"라며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참사가 반복되고 우리 같은 피해자들이 생기고 있으니 이재명 대통령이 부디 그 고리를 끊어달라"고 당부했다.

"집권 내내 참사 윤석열 정부, 기대도 안 해"


참사로부터 11년이 흘렀지만 아들 잃은 엄마의 아픔은 여전하다. 인터뷰 시작과 함께 "사실 너무 힘들다"며 아들의 자리에서 눈물을 쏟아낸 이씨는 "자식 잃은 아픔은 시간이 흐른다고 나아지지 않더라. 잘 지내다가도 마음이 확 무너지고 겁이 덜컥 나는 순간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대통령이던 윤석열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공식으로 사과하거나 기억식에 참석할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았다"며 "(윤석열 정권 내내) 내내 큰 참사가 일어나지 않았나. 그들은 어떤 참사든 관심을 두지 않았고, 해결 의지를 갖고 있지도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손 붙잡고 울면서 사정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진상규명이 명확히 이뤄지지 않아 크게 실망했다"며 "11년 동안 보고 느낀 나만의 결론은 진상규명, 특히 대통령기록물 열람은 어려울 거 같다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는 건 포기한다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로 '안전사회 건설'이라는 인식이 사람들에게 박히지 않았나"라며 "만약 중간에 활동을 그만뒀더라면 다른 참사에도 사람들이 관심 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식 잃은 부모는 정말로 뼈가 깎이고 피가 마르는 심정이에요. 최소한 자식이 왜, 어쩌다 참사에 희생된 건지는 밝혀줘야죠. '어떤 게 부족했고, 이렇게 해서 잘못했다'라고 진심 어린 사과를 받는다면 10년 넘게 싸웠으니까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도 해결이 안 되니까..."

이씨는 "적어도 아이들을 왜 구하지 않았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대처가 미흡했던 건지 알아내야 한다"며 "적어도 부모에게는 왜 그렇게 됐는지 알려줘야 아이를 보내고 슬픔으로 살아가는 시간을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잘못한 사람을 솜방망이로 처벌하니 계속 같은 일이 발생한다"라며 "죄책감과 책임감이 없는 정부나 정치권 사람들에게 너무 화가 난다"라고 지적했다.

더해 이씨는 "세월호 등 사회적 참사의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고, 안전사회를 반드시 건설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취임사를 몇 번이고 읽었다"라며 "세월호 참사가 언급도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이라도 바뀔지)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참사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는 사람이 더는 없어야 한다"라며 "재발 방지 대책과 참사 매뉴얼 등이 담긴 '생명안전기본법'을 제정해 참사의 고리를 끊어달라"고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뿐만 아니라 지난달 12일 장마철을 앞두고 방문한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세월호·이태원·오송지하차도 참사 다 피할 수 있는 재난 사고였다"며 "최소한 이재명 정부에서는 그런 일은 절대로 벌어질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28일 발표한 대선 정책공약집에도 안전에 관한 모든 사람의 권리와 정부의 책무를 법률로 규정한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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