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어느 날, 경북 영주 풍기 한적한 시골 마을. 띄엄띄엄 차가 오갈 뿐인 도로변에 아담한 슈퍼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창락1리 마을슈퍼. 아! 다시 보니 '슈퍼'가 아니라 '수퍼'다. 시골마을에는 응당 '수퍼'가 있어야지. '슈퍼'에는 없는 고유의 아우라를 '수퍼'는 갖고 있다.
'수퍼'에 손님은 없었다. 그런데 사장님도 없다. 대신 유리문에 작은 쪽지가 하나 붙어있다. 사장님이 부재 중이라면 그건 사과집에 가 계시는 거란다. 자연스레 시선이 사과 집을 가리키는 쪽지 속 화살표 그림 방향을 좇았다.
유태농원. 수퍼에서 열 걸음 정도면 금세 가 닿을 가까운 거리에 작은 창고인 듯 가게인 듯한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정작 사과는 어디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대신 복작복작 사과 같이 볼그레한 얼굴의 어르신들로 가득하다. 조르르 각자 각양각색 의자를 가져다 앉으신 어르신들은 어찌나 이야깃거리가 많으신지 한창 이야기꽃이 만개 중이었다.
대여섯 명이면 꽉 찰 정도의 좁은 공간인데, 의자는 다닥다닥 붙어 있다. 그 간격 만큼이나 허물없어 보이셨다. 그러니까 여기는 농원이기도 하지만 사랑방이기도 한 것이다. 바로 내가 찾던 곳이다. 수퍼도 사과집도 아닌 동네 사랑방. 나는 사실 길을 찾던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