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운행을 중단했다가 지난 1월 11일 재개통한 교외선이 운행 재개 6개월 차를 맞았다. 1시간 30분에 한 대씩, 경기도 고양시 대곡역에서 의정부역까지 하루 10번을 오가는 교외선은 이제 수도권 북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교통수단이 되었다. 경기 북부 지역의 대중교통 이동 시간을 크게 줄이는 한편, 기차 여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관광 철도로서의 의미 역시 크다.
하지만 아직 부족함이 많다. 일회성 이용에는 교외선 만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교통수단도 없지만, 대중교통은 일회성 이동 수요만을 위해 운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행객을 위한 낭만을 챙기면서도, 교외선을 일상의 교통수단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수도권 마지막 '낭만 철도', 여행은 '합격'
교외선은 수도권에 마지막 남은 '낭만 철도'다. 21년 전에는 하루 세 번 남짓 통일호 열차가 오가면서 나들이객과 여유를 찾고 싶은 기차 여행객을 실어 날랐고, 지금도 여전히 과거의 경춘선과 같은 철도 노선들에서 느꼈던 기차여행에서의 낭만의 요소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선 철도로 오가기에 중간역에서 마주오는 열차를 비껴 가야 하고, 깨끗한 전동차 대신 특유의 기름 냄새가 밴 디젤 기관차가 무궁화호를 끌고 간다. 도시 일색인 의정부와 고양 덕양구 일대에서 열차를 타면 10분 만에 자연의 한복판으로 데려다 주는 것도, 평소 접근이 어려운 북한산 북쪽 능선과 계곡 관광지로 데려다 주는 점도 '낭만 철도'로서의 가치가 높다.
시설물을 개량해서 전광판이 있고, 냉방과 난방이 항시 가동되는 대기실에서 편리하게 열차를 기다릴 수 있지만, 교외선엔 수도권의 다른 열차에 없는 특별한 요소도 많다. 장흥역과 송추역은 한 가닥 선로변에 위치한 승강장에서 의정부 방향과 대곡 방향의 열차를 모두 탑승할 수 있다. 특히 두 역은 역무원이 없어서, 열차에 올라탄 뒤 표를 산다는 점도 재미있는 요소다.
특히 일영역은 기차 여행을 즐기는 사람에게 눈이 확 뜨일 요소도 많다. 일영역 자체를 1990년대 철도청이 운영하던 당시의 디자인을 차용해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역사 내에서는 교외선이 개량되기 전 역명판과 시간표, 철도 장비 등을 전시하고 있어 '미니 철도 박물관'과 같은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다.
일영역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도 있다. 일영역에서는 의정부역과 대곡역에서 각각 출발한 열차가 만나 서로를 비껴가는 모습이 매일 펼쳐진다. 철도의 개량으로 인해 한 가닥이었던 철길이 두 가닥으로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퍽 보기 어려운 모습이 되었지만, 일영역에서는 여전히 매일 마주오는 열차가 반대편 열차를 비켜주는 모습이 펼쳐진다.
그런 덕분에 교외선은 관광열차로서 꽤나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의정부역과 대곡역 등 수도권에서도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서 출·도착하는 데다, 운행 시간도 1시간 정도로 꽤나 짤막하다. 요금 역시 26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하고, 하루에도 여러 번 타고 내릴 수 있는 4천 원의 무제한 패스도 운영하고 있어 근교 기차여행의 정석적인 노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4월 교외선의 이용객은 평일 평균 529명, 주말에는 평균 1056명에 달한다. 특히 주말 이용객이 꽤나 많다는 점은 '낭만 철도'로서 교외선이 새로운 철도 관광 자원으로 떠오른다는 뜻.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환승 불가능하고 절차 복잡해... '낭만'과 편의 함께 챙길 수 없을까
하지만 이 수치로는 부족하다. 교외선의 하루 좌석 공급량이 2800석 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평일 평균 탑승률이 18.9%, 주말 평균 탑승률이 37.7%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반면 의정부와 고양을 연결하는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는 출퇴근시간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자주 정체가 빚어진다. 철도가 도로의 수요를 충분히 끌어오지 못한다는 의미다.
평일 이용객이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통근·일상 수요로 교외선이 외면받는다는 의미다. 의정부역은 의정부를 넘어 경기 북부의 교통 중심지이고, 대곡역 역시 3호선과 경의선, 서해선과 GTX까지 운행되는 환승 거점이기에 수요를 뽑아내기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