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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쪽 요청 증인의 양심고백 "침묵한 제가 부끄러웠다"
2025-08-18 21:05:06
박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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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417호 법정, 짧은 머리의 이민수 중사가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첫번째 전화를 받았을 때는 정확하게 기억 안 나고, 두번째 전화 받았을 때는..."이라고 발언하다가 잠시 머뭇댔다.

"'총' 얘기를 했던 것 같다. '계엄을 다시 하면 된다'라고."

그가 말하는 '전화'는 2024년 12월 3~4일 대통령 윤석열과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 이진우 사이에 이뤄진 통화를 의미한다. 당시 이 중사는 이 사령관 차의 핸들을 잡고 있는 운전관이었다.

이 중사는 지난해 12월 16일과 24일 각각 군검찰과 검찰 특별수사본부 조사를 받을 때만해도 '기억나는 것이 없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그는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석열씨의 내란우두머리혐의 재판에선 '기억'을 공개했다.

예상 밖 증언

당시 이 중사는 국회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경찰이 출입을 막고 있어서 국회 주변을 여러 차례 돌아야 했다. 그는 "제가 기억나는 것은, 국회에서 여러 번 돌다가 한 번 (대통령으로부터 전화가) 왔고, 여의도 진지… 그 주위에 도착했을 때 한 번 더 왔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대통령 전화인 줄 어떻게 알았냐'는 김승미 검사의 질문에는 "계속 전화가, 수방사령관한테 전화가 왔는데 (사령관 전속부관이었던) 오상배 대위가 (대통령) 전화가 왔다고 해서 알게 됐다"며 '총' 이야기 등을 꺼냈다.

- 김승미 검사 "수사기관 조사를 받을 때는 기억이 잘 안난다고 했다."
- 이민수 중사 "그때 당시에는, 너무 긴장하고 떨렸었고, 저한테 피해가 올까봐 그렇게 얘기했던 것 같다."
- 김 검사 "지금은 얘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상황이 바뀌진 않았을 것 같은데."
- 이 중사 "이 사건을... 이 내용을 알면서도 자꾸 침묵하는 제 자신이 부끄럽고, 누구한테 말을 못한다는... 그 내용이... 잠이 안 오고, 저 혼자서 스트레스를 계속 받고 있는 것 같아서 말하게 됐다."

예상 밖이었다. 이 중사는 윤씨 측 변호인단 요청으로 당초 계획보다 먼저 부른 증인이었다. 변호인단이 이 중사를 지목한 까닭은 먼저 이루어진 오 대위 증언의 신빙성을 깎아내리기 위해서였다.

계엄 때 사령관 차량에 동승했던 오 대위는 지난 5월 법정에 출석해 대통령과 사령관이 총 네 차례 통화했고, 국회가 계엄 해제요구안을 의결 못하도록 '네 명이서 한 명씩 들쳐 업고서라도',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본회의장으로) 들어가라'는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변호인단은 오 대위를 집요하게 공격했다. 그리고 차량을 직접 몰았던 이 중사의 '대통령과 사령관의 통화는 기억나지 않는다'던 수사기관 진술을 내세워 증인신문 순서 변경을 주장했다.

하지만 18일 이 중사는 정확한 통화 시각, 내용, 횟수 등은 기억나지 않지만 대통령과 사령관 사이에 이뤄진 통화가 "두 번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12월 4일 국회 진입 실패 후 여의도 진지로 이동한 다음 잠깐 졸았다는 '작은 사실'도 오 대위 증언과 동일했다. 이 중사는 졸다가 "옆에서 '대통령님 전화 왔습니다' 해서 깜짝 놀라 가지고 (깨어났다)"고 회상했다. 뒤이어 나온 '결정적 사실' 역시 오 대위 증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 이경원 변호사 "대통령과 이진우 사이 통화하는 내용을 아주 일부는 들었다고 증언했는데, 증인이 그 통화를 들을 당시에 이게 대통령 목소리인지 아닌지 알 수 있었나."
- 이 중사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 이 변호사 "어떤 이유로 들렸나."
- 이 중사 "그 전에 전속부관 오상배 대위가 '대통령님 전화 왔습니다' 했고, 그 이후에 왜 소리가 들렸는지 모르겠지만, 그 목소리가 뉴스에서 듣던 그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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