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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 말하니 현지인도 '환호', 겨울 일본 여행은 여기로
2025-01-26 15:58:58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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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시라키와고(白川郷)로 갑니다."

일본 나고야에서 이틀째 되던 날(2025년 1월 6일), 재일교포 3세 사장님이 운영하는 이자카야에서 야키토리(닭꼬치)를 먹었다. 원래 가려고 계획했던 식당은 덴뿌라(튀김)집이었는데, 마침 그곳이 문을 닫은 듯했다. "구글맵에는 분명 '영업중'으로 나와있는데.." 건물 앞 노상에서 당황하고 있는 우리를 본 걸까. 인근 식당에서 한 여성 분이 나오더니 서투른 한국말로 말을 건넸다.

그는 튀김집이 새해 연휴 기간이라 문을 닫았다며 자신이 다른 튀김집을 찾아봐주겠다고 제안했다. 계속 "덴뿌라"를 반복하는 내가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게다가 날씨가 추우니 일단 안쪽으로 들어오라며 친절을 베풀었다. 알고보니 그 여성은 손님들과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의 이자카야를 운영하는 사장님이었다. 플랜B가 없던 터라 그냥 그곳에 눌러 앉기로 했다.

MBTI로 말하자면 '파워J'인 나는 철저한 계획 하에 움직이는 걸 선호하지만, 최근에는 여행에서 예기치 못했던 상황들과의 조우를 즐기(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여행 속의 실패에서 풍성한 이야기가 나오고, 변수를 통해 다양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여전히 불쑥 찾아오는 실패와 변수들에 철렁하지만, 그 컨트롤할 수 없는 순간들을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사장님은 야키토리 재료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오리혀 미안해 했는데, 애당초 야식으로 간단히 분위기만 낼 생각이라 있는 것만 조금 내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인인 내가 궁금했는지 옆자리에 앉아 있던 일본인 손님이 말을 걸어왔고, 서투른 일본어로 몇 마디 대화를 나누다가 내일 목적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내일 시라카와고에 간다고 하니 첫 반응이 "유키(눈)"였다. 열렬한 호응이 이어졌다.

눈의 마을


그렇다. 눈의 마을! 기후현(岐阜県)에 위치한 시라카와고는 별칭답게 눈 쌓인 풍경으로 유명하다. 연강설량 평균이 무려 972cm에 달하는데, 큰 눈을 버티기 위해 갓쇼즈쿠리(合掌造り)라는 독특한 지붕 양식이 발달했다. 갓쇼즈쿠리는 억새로 된 지붕으로 경사가 심한 맞배지붕 형태를 띠고 있다. 경사가 심한 까닭은 그래야 눈이 지붕 위에 쌓이지 않고 미끄러져 내리기 때문이다.

갓쇼는 일본어로 '합장(合掌)'을 뜻하는데, 두 손을 모으고 있는 모양을 떠올리면 이해가 좀더 쉽다. 시라카와고 갓쇼즈쿠리 마을은 산악 지대에 위치한 데다 적설량이 많아 오랜 세월 외부 세계와 단절되었던 터라 일본 전통 가욱과 생활 방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그 이유로 1995년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됐다. 우리나라로 치면 안동 하회마을쯤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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