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30일, 광복회 이종찬 회장의 모친이신 조계진 여사(1897~1996)의 자서전 <나, 조계진> 출판 기념회가 프레스 센터에서 열렸다. 흥선대원군의 손녀이자,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의 며느리였던 조 여사의 삶은 그 자체로 한국 근현대사의 살아있는 역사이다.
책은 놀랍게도 4.19 혁명 당시 조 여사가 직접 시위에 참여했던 경험으로 시작된다. 이승만 정권의 독재와 반민족적 행보를 비판하며 거리로 나섰던 그녀의 선택은 '광복 이후에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신은 계승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오늘날 뉴라이트 세력은 이승만을 '건국의 아버지'로 포장하고, 연합군의 승리를 강조하며, 독립운동의 역사적 맥락을 의도적으로 지우려 한다. 그 자리에 '1948년 건국론'이라는 정치적 프레임을 삽입해, 이를 주류 역사 담론으로 굳히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조계진 여사의 자서전은 바로 이 흐름에 정면으로 맞선다. 이승만을 "교지(狡智, 교활한 재주와 꾀
)가 있는 정치인"이라 평가한다. 그녀의 말은 격동의 시간을 살아낸 이만이 남길 수 있는 역사적 통찰일 것이다.
아들 자(子)의 자서전(子敍傳), <나, 조계진>
이 책은 조계진 여사가 직접 쓴 '자서전(自敍傳)'이라기보다는, 여사의 말과 기억을 아들 이종찬 회장이 정리한 '아들 자(子)의 자서전(子敍傳)'이다. 그러나 시어머니의 생애를 수십 년간 곁에서 듣고 함께 기억해온 이 회장 부인인 윤장순 여사의 역할을 감안할 때, 이 책은 사실상 '가족이 함께 쓴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윤 여사는 이종찬 회장의 주관적 기억에 객관의 시선을 더하며 책의 완성도를 높였다. 어제 출판기념회는 며느리의 육성으로 전해진 조계진 여사의 일생 이야기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