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오마이뉴스
애간장 탔던 한 달 간의 밀애, 집 앞에서 이걸 목격하다니
2025-07-01 12:05:45
박병춘
  • 페이스북으로 공유하기
  • 카카오톡으로 공유하기
  • 트위터로 공유하기
  • url 보내기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에 있는 해발 700미터 산골에서 보냅니다.

6월 3일 오후 5시 20분, 앞마당 손바닥 정원입니다. 재작년에 영입한 '털중나리'가 오밀조밀하게 봉오리를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한 줄기 한 둥지에서 10개 이상 되어 보이는 아기 봉오리들이 세상을 향해 존재를 드러내려고 합니다.


아흐레가 지난 6월 12일 오전 9시, 털중나리는 아기 봉오리를 제각각 독립시키려는 듯 봉오리와 봉오리 사이를 줄기로 넓혀 주었습니다. 오른쪽에 먼저 피어난 하늘나리가 핏줄 하나를 곁에 두고 어서 피어나라며 응원합니다. 털중나리 가족이 부러운 듯 바라보고 있네요.


6월 18일 오후 6시 14분, 열넷 가족 중 맨아래 봉오리 색깔이 다른 봉오리와 다르게 느껴집니다. 개화의 징조입니다.


6월 21일 오후 12시 29분, 아래쪽 봉오리들이 놀랄 만큼 색감을 달리합니다. 초록빛 봉오리들이 주황색으로 변해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6월 22일 오후 3시 36분, 세상에 이럴 수가! 감탄사를 연발하며 사진을 찍습니다. 3시간 전만 해도 봉오리였는데, 맏봉오리로 보이는 한 쌍이 우주의 문을 열고 환하게 미소를 짓습니다. 하늘나리처럼 하늘을 향하지 않고, 털중나리 특유의 몸짓으로 땅을 향해 피어납니다. 아아, 남은 열두 봉오리는 언제쯤 피어날까요.


6월 23일 오전 9시 33분, 두 번째 개화를 이룬 털중나리는 사진 찍는 사람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합니다. 열두 꽃봉오리 중 네 송이 꽃을 피워낸 털중나리 사진을 수십 장 찍습니다. 그날 밤, 흥분에 흥분을 거듭하며 컴퓨터에 사진을 옮깁니다. 좋은 사진 한 장만 남기려고 삭제를 거듭합니다. 아뿔싸! 하마터면 다 지울 뻔했습니다. 딱 한 장 남는 순간에 삭제 버튼을 누르지 않았습니다. 그게 무엇이든 버릴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참 다행입니다.


6월 24일 오후 6시 12분, 두 봉오리씩 두 차례 피어나더니 이번에는 한 봉오리만 피어납니다. 열넷 아기 중 다섯 아기를 세상에 내놓은 털중나리는 여세를 몰아 금방이라도 꽃을 피우려는 듯 봉오리 색감에 긴장감을 줍니다. 찍는 이는 애간장이 탑니다.

전체 내용보기
주요뉴스
0포인트가 적립되었습니다.
로그인하시면
뉴스조회시 포인트를 얻을수 있습니다.
로그인하시겠습니까?
로그인하기 그냥볼래요
맨 위로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