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태풍 루사가 하루 870.5㎜의 기록적 폭우를 쏟아내며 도시를 초토화시킨 날, 그리고 2025년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5% 이하로 떨어져 '제2의 제한급수'에 돌입한 날로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23년 전에는 '너무 많은 물'이 도시를 집어삼켰고, 이번엔 '너무 적은 물'이 시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강릉시는 이날 제한급수 2단계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수돗물 공급량의 75%가 차단되고, 오봉저수지의 농업용수 공급도 중단된다.
이번 조치로 강릉 시민 5만 3천 가구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며 수돗꼭지를 아무리 돌려도 물은 가늘게 졸졸 흐르는 정도의 상황이 된다.
그간 강릉시는 장단기 대책을 마련하며 분주히 움직였다. 정부 역시 각 부처 장관과 여당 대표가 현장을 직접 찾아 대책을 논의했고, 8월 30일 마침내 이재명 대통령이 강릉을 직접 방문해 자연재난으로는 처음으로 재난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예비비 투입, 군 병력 및 장비 지원, 긴급 급수차 운영 등 종합적이고 신속한 대응에 나선 것이다.
강릉노암동의 주부 김진희(45)는 "이 어려운 상황에 긴급재난지역으로 선포돼 조금은 안심이 된다"며 발빠르게 대처해준 정부에 감사를 표했다.
또 다른 한 여성은 "물동이에 물을 받아놓고 '언제 물이 안 나올까' 두려워 하며 살고있는데 마음만이라도 안심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재난지역 선포에 고마움을 표했다.
이날부터 강릉의 물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총력 지원도 본격화됐다. 서울·인천·경기·울진 등 전국 각 지역에서 달려온 소방차들은 하루 종일 인근 지역 소화전에서 물을 담아 홍제정수장에 공급했다. 이날 투입된 차량은 강원도 내 20대를 포함해 총 71대에 달했다.
"땀으로 지키는 강릉… 전국 소방관 총력 급수"
한낮 기온이 35℃까지 치솟은 이날 오후, 소방관들은 소방호스를 들고 쉴 새 없이 정수장에 물을 쏟아부었다. 땀으로 범벅이 된 소방관들은 숙련된 손놀림으로 정수장에 물을 채워 넣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번 긴급 급수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합심해 '물 부족 재난'을 막기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섰음을 보여준다.
울진에서 지원 온 이재오 소방관은 "울진 산불이 발생했을 때 강릉에서 도움의 손길을 주어 큰 힘이 되었다"며 "이번에는 우리가 강릉 시민들에게 보답할 차례"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루빨리 비가 내려 시민들의 걱정을 덜었으면 좋겠다"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물을 싣고 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