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렇게 외치던 나에게 드디어 올 것이 왔다. 그날은 정말로 찾아오고야 말았다. 나를 불안에 떨게 만든 그것, 바로 '불면증'. 잠을 붙잡아보려고 약도 먹어보고, 햇빛도 쬐어보고, 운동도 해보았지만 집 나간 잠은 쉽사리 돌아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마지막으로 내려놓아야 했던 것은 결국 커피였다. 내 하루의 행복을 어느 정도 책임지고 있었던 커피였지만 끊어야지 별 수 없었다. 잠들지 않는 밤의 수고로움에 비하면 커피를 포기하는 괴로움이 더 수월할 것 같았으니까.
중급반 낭독, 이거 만만치 않네
그런데 십여 년이나 마시던 커피를 단번에 끊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카페인 부작용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독 각성 효과에 민감한 몸이었던지라 커피를 끊으니 하루 종일 뭔가 개운하지 않았다. 반쯤 감긴 듯한 눈, 흐릿한 정신상태.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긴장되지 않고 약간은 느슨한 상태. 밤이 아닌 낮에만 시도 때도 없이 몰려오는 졸음에 대한 욕구.
그런데 뇌과학자 정재승 님의 말에 따르면 각성되지 않은 뇌의 상태가 정상적인 상태란다. 몸에 에너지가 떨어지면 뇌를 천천히 쓰라고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이 나오는데, 카페인은 아데노신을 막는 역할을 한단다. 그러니 커피를 마시면 마치 에너지가 있는 것처럼 우리 몸을 속이게 된다고.
'그래, 내 몸에 정직해지자'라고 마음 먹지만, 그런데 말이다. 요즘 매사에 의욕이 떨어지고 에너지가 없는 상태인데 커피 한 잔의 각성마저 포기하니 정말이지 재미가 없었다. 매사에 마음만은 열정이 넘치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노화를 마주한 것 같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가 열과 성을 다하는 건 낭독이다. 안타까운 건 중급반으로 넘어가니 초급반 때의 재미가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지만. 중급반에 오니 비로소 내가 가진 말투의 나쁜 습관을 알게 되었고, 고치려고 해도 쉽사리 고쳐지지 않는다. 더 최악인 건, 습관에 집중하니 나머지 문장들도 제대로 읽히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책 속에 들어가 집중을 하고 한 문장 한 문장 꼭꼭 씹어먹으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무슨 말인지는 알겠지만, 그렇게 서사를 쌓았다고 해서 내 목소리가 그 표현을 제대로 하는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러니까 선생님의 말씀은 내용 파악을 하고 인물의 성격을 구축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톤이 결정된다는데, 나에게는 여전히 그 과정이 알쏭달쏭하다.
노력하는 마음으로 나름 연기톤으로 읽어보려 했지만 도무지 쑥스러워 말 한 마디 뱉기가 어려웠다(이쯤에서 발연기라 나무랐던 연기자들에게 사죄한다). 그러니 자꾸 녹음해야 하는 숙제를 미뤄두고 다른 책을 찾아 읽게 된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