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과 기질에 따라 감정 표현이 다르다는 걸 아이를 키우면서 알았다. 감정 표현이 서툰 내향적인 엄마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활발한 외향적인 아빠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 부모의 장점만 닮기를 원하지만 부모의 욕심이다.
쇼핑을 가면 점원이 다가오기 전에 한번 쓱 둘러보고 필요한 물건이 없으면 조용히 나온다. 식당에서 추가 반찬을 시키는 것도 친구들 몫이었다. 요즘처럼 셀프 반찬 가게, 무인 옷 가게가 편한 나와 달리 남편과 딸은 쇼핑을 즐긴다. 어울리는 옷을 골라주고 굳이 구매하지 않더라고 구경하는 재미를 즐기는 스타일이다.
창백한 딸의 미소 "엄마 나 괜찮아"
큰아이 세 살, 작은아이 두 살 그때는 하루가 멀다고 아이들이 아팠다. 미열이 있는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 아침에 유치원에 보내고 출근했다. 걱정되는 마음에 급한 업무만 처리하고 아이를 데리러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자꾸 일은 꼬여가고 생각처럼 업무 진행이 되지 않았다. 그때 유치원에서 아이가 열이 내리지 않으니 데려가라는 연락을 받았다. 급한 업무만 처리하고 데리러 가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작성하던 보고서를 마무리했다.
설상가상 오후 보고까지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거리고 있는데 다시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다. 해열제를 먹였지만 열은 내리지 않고 활동도 못 하는 상황이라 원장실 소파에 누워 있으니, 최대한 빨리 와달라고 했다.
마음은 아이에게 달려갔지만, 보고를 들어가야 하는 상황인지라 조금만 더 보살펴 달라는 부탁과 함께 전화를 끊었다. 초조하게 시작한 보고는 오후 3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고, 곧바로 가방을 챙겨 나가려는 나를 팀장이 붙잡았다. "왜 자꾸 애가 아파, 엄마 일 좀 하게 그만 아프라고 해." 팀장 말에 아무런 대답 없이 가방을 챙겨 아이에게 향했다.
원장실 소파에 힘겹게 누워있는 아이는 내가 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창백한 아이를 부둥켜안고 병원으로 향하면서 엄마가 늦게 와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오히려 내 걱정을 하고 있었다.
"엄마 나 괜찮아, 엄마 이제 급한 일 끝났어?"
가슴에 메아리처럼 새겨진 아이의 말이었다. 그날 이후 회사와 육아에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나름의 계획을 세웠다. 야근은 마감 일정이 정해진 날에만 했고, 퇴근 시간이 되면 눈치 보지 않고 컴퓨터 전원을 껐다. 하루이틀 하고 그만둘 일도, 육아도 아니란 걸 너무 늦게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