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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싫어서' 해외 떠난 청년들의 진짜 속내
2024-09-07 20:10:27
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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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작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싫었다. 숨 막히는 경쟁, 끊임없는 비교, 그리고 그 속에서 나다운 삶을 살 수 없다는 절망감이 나를 짓눌렀다. 사회는 우리를 'N포 세대'라 불렀다. 취업, 연애, 결혼, 집 마련, 심지어는 꿈까지 포기해야 한다고 했다.

나의 20대는 무기력하고 답답했다. 자꾸만 포기하다가는 내 삶이 불행으로 가득 찰까 두려워, 나는 눈을 돌려 다른 나라로 떠나고 싶었다. 더 나은 삶을 찾아 벗어나고 싶었다. 마치 최근 개봉한 고아성 주연의 영화 <한국이 싫어서>의 계나처럼 말이다.

언어와 문화 달라도, 한국보다 더 나은 이유

영화 <한국이 싫어서>는 장강명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 속 주인공 계나는 한국에서 계약직을 전전하다 뉴질랜드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20대 청년이다.

원작 소설에서는 계나가 호주로 떠난다. 좋은 대학 졸업장도, 안정된 직장도, 부유한 부모도 없는 계나는 한국에서의 팍팍한 삶을 뒤로 하고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워킹홀리데이 막차를 탄다. 학력, 직장, 재력, 외모 등 한국에서의 사회적 족쇄를 벗어던지고 자유를 찾고자 한 것이다.


영화는 계나뿐 아니라 우리 청년들의 자화상을 그리는 다양한 인물들을 보여준다. 수년 간 고시 준비에 매달리다 세상을 떠난 친구 경인, 어렵사리 기자가 되었지만 행복하지 않은 전 남자친구 지겸, 인디 음악계에서 자신만의 꿈을 좇는 계나의 동생과 그 남자친구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그들의 얼굴엔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그 모습에서 내 20대와 많은 한국 청년들이 겹쳐졌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호주 여행에서 만난 한인 청년들과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호주에서 만난 청년들은, 한국보다 높은 물가, 언어 장벽, 낯선 환경인데 왜 한국에 돌아가지 않느냐는 내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여기는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곳이에요. 한국에서는 내가 나답게 사는 게 이상하게 여겨지거나 문제로 보이지만, 여기서는 그냥 그 자체로 인정받아요."

그들은 한국에서의 안락함을 포기하고, 불편함과 외로움을 감수하더라도 호주에서 '나답게 살 수 있는 삶'을 선택한 사람들이었다.

대학을 자퇴하고 동생과 함께 영주권을 목표로 호주로 유학 온 남매, 8년 간 바리스타로 일하다 사무직으로 커리어 전환을 준비하는 청년,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 전 세계에서 주목 받는 조각가, 초등학교 교사에서 셰프로 변신한 청년 등 다양한 한인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고 있었다(관련 연재: 한국인의 눈으로 본, 기회의 땅 '호주' https://omn.kr/296tn ).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이 싫어서 떠난 이유가 단순히 경제적 이유만이 아님을 다시금 깨달았다. 가족조차 잘 인정해 주지 못하는 각자의 고유성이 온전히 인정받고, 이를 바탕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곳. 이런 의미에서 호주에서 많은 청년들이 각자의 몫을 해내며 더 행복한 것이 아닐까?

호주에서 만난 청년들은 "한국에서의 성공 기준은 너무 한정적이다", "그 길에서 벗어나면 실패자로 낙인 찍힌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호주는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직업이나 학력에 따른 차별이 적어 자신의 선택과 존재가 존중 받는다고 느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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