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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일본의 키오스크는 한국과 다르네요
2024-09-08 11:00:32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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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5년 째 일본에 살고 있다. 지난 8월 여름방학을 맞은 두 아이와 한국 친정에 방문했다. 어느 날 친정 부모님과 함께 아이들이 좋아하는 짜장면을 먹으러 중국 식당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주문할게요!"라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기계로 해주세요"라는 종업원의 대답이 들려왔다. "요즘 한국은 다 이걸로 하는 거 몰랐니?" 엄마가 테이블 구석에 놓인 단말기를 가리켰다.

점심 특선, 추가 메뉴, 음료 선택 등 작은 글씨들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실눈을 뜨고 메뉴를 바라보던 엄마는 이내 단말기를 나에게 넘겼다. 엄마보다야 젊다지만, 일본에서 살아와 한국 키오스크가 생소하기는 나도 마찬가지. 한참을 단말기와 씨름해서야 겨우 주문을 마칠 수 있었다.

"식당에서는 잘 모르면 종업원한테 물어보면 되는데 햄버거집이나 커피숍 키오스크가 어려워. 눌러야 할 버튼도 많고 누가 뒤에서 기다리면 창피하기도 해서 잘 안 가게 되더라고."

2주간의 한국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일본. 귀갓길에 들른 휴게소 키오스크에서 은발의 여성 뒤에 줄을 서게 됐다. 친정 엄마의 말을 떠올리며 그녀가 사용 중인 키오스크를 유심히 살펴봤다.

직사각형 모양 화면에는 요리의 사진과 이름, 금액이 적힌 버튼이 있다. 인기 메뉴는 조금 크게 윗부분에 배치돼 있다. 된장국, 쌀밥 추가 등의 메뉴도 한 화면에서 선택할 수 있다. 조작 방법이 간단해 내 앞에 섰던 고령의 여성도 큰 어려움 없이 주문을 마칠 수 있었다.

초고령 사회인 일본, 65세 이상 인구가 29.1%


모든 키오스크가 이렇게 사용하기 쉽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메뉴의 가짓수가 많거나 추가 선택 사항이 많아지면 키오스크 화면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 기사를 통해 키오스크를 어려워하는 고령 소비자들의 이야기를 접할 때가 있다. 일부는 해결책으로 조작이 간단한 일본 키오스크를 참고하자 하기도 한다. 과연 일본의 키오스크는 고령자도 사용하기 쉽게 만들어져 있을까?

자타공인 초고령 사회인 일본. 총무성이 작년 9월 17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65세 이상의 고령자는 전체 인구의 29.1%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75세 이상 인구는 조사 실시 이후 처음으로 2000만 명을 넘었단다.

이처럼 심각한 고령화는 일손 부족 현상을 낳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점을 찾는 소비자들은 사람을 통한 서비스를 고집해 왔다. 소위 '오모테나시(환대)'라고 불리는 일본의 접객 서비스는 그들이 자랑하는 문화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음식점에서는 자세를 낮추고 손님과 눈을 맞추며 웃는 얼굴로 주문을 받는 종업원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예외적으로 키오스크를 설치한 가게들도 존재했다. 면 요리점이나 덮밥 전문점, 카레 전문점 등이 대표적이다. 해당 음식점들은 메뉴 수가 적고 최소한의 인원이 가게를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격이 저렴하고 회전율이 높아 대기 시간이 짧다. 그러나 종업원의 서비스는 기대하기 힘든 가게들이다.

코로나 시기 달라지는 음식점들... 비대면 선호하는 소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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