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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도 바다에 미역이 없다고? 지금 벌어지는 무서운 일들
2024-09-08 10:59:14
최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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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본섬으로부터 약 11km 떨어진 곳에 있는 섬, 우리나라 최남단에 위치한 마라도는 급격한 수온상승으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뜨거워지는 바다에 둘러싸여 있다. 10년 넘게 우도와 마라도의 조간대 해조류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강정찬 제주대학교 기초과학연구소 박사에 의하면, 마라도 8월 평균 수온은 2018년 24.89℃, 2019년 25.38℃, 2020년 26.14℃, 2021년 27.87℃로 최근 3년 만에 약 3℃가 상승했다. 들끓는 바다는 어떤 변화를 불러왔을까! 지난 8월 16일, 제주 해양보호구역탐사대(아래 '탐사대')'는 마라도로 향했다.

어느 날, 바다에서 미역이 사라졌다

마라도는 아름다운 경관과 다양하고 풍요로운 해양 생물, 해양생태계를 지닌 천연보호구역이다(2000년 7월 18일 천연기념물 지정). 난대성 해조류가 잘 자라던 마라도 바다에는 봄이면 겨울 동안 거센 파도와 싸우면서 자란 자연산 미역과 톳이 넘쳐났다.

그러던 어느 날, 미역이 사라졌다. 미역이 자취를 감추기 전, 이상한 변화를 알아챈 건 마라도에서 30년을 살아온 백경혜씨다. 여느 날과 같이 미역을 포장하며 만지던 백경혜씨는 진한 고동색을 띤 미역에서 올록볼록한 무언가를 발견했다. 7~8년 전의 일이다. 날이 더워서 그렇겠지, 사람이 땀띠가 나듯 미역도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2~3년 뒤, 미역은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고 더는 바다에서 볼 수 없게 됐다.

"그건 표현이 잘 안 돼요. 미역이… 없다고? 마라도 바다에 미역이 없다고?"


오랜 바다의 삶을 잃어버린 섬 사람들

"그냥 미역 맛이 아니고 다시마하고 미역의 중간 맛이랄까, 식감은 아삭아삭해요. 어디서도 먹어볼 수 없는 맛이죠. 수확한 미역을 보면 엄청 뿌듯했어요. 색깔이 너무 예뻐요. 정말 진한 초록이었거든요."

백경혜씨는 시어머니와 작은 시어머니, 아들의 물질을 반평생 지켜봐 온 이로, 1990년대 초반, 지천에 널려있던 마라도 미역을 소분해 팔자고 처음 제안했다. 미역 작업은 온 마을이 함께했다. 해녀들은 미역을 채취했고, 마을 남자들은 무거운 미역을 운반했다. 미역을 널고 말린 후 포장하는 일까지 모두 마을의 일이었다. 미역 채취에 사용하는 망이 성인 3~4명은 거뜬히 들어갈 정도의 크기였다고 하니, 바다에 미역이 얼마나 많았는지, 그렇게 많은 미역 작업에는 또 얼마나 품이 들었을지 상상해 볼 수 있다.

마라도 미역은 곱고 크기도 컸다. 예쁘고, 또 돈이 되는 소중한 자원. 미역으로 고기를 싸 먹고, 국도 여러 번 끓여먹었다. 바다가 키우고 내어준 미역은 섬사람들에게 단순한 먹거리이자 돈벌이가 아닌, 마을 구성원들 모두가 함께 해 온 삶이었다. 백경혜씨는 미역이 사라져 버린 것이 "마라도에서 가장 아픈 기억"이라고 말했다.


섬사람들의 삶에 큰 변화를 불러온 뜨거워진 바다. 탐사대는 잠수경을 끼고 마라도의 얕은 바다를 들여다보았다. 8월의 바다는 따뜻했고, 바위는 갯녹음 현상으로 하얗게 변해 있었다. 바위 듬성듬성 해조류가 보였지만 물살이들이 먹거나 숨을 만큼의 환경을 제공해주기에는 부족해 보였다.

마라도 바다에서 사라진 건 미역만이 아니다. 감태, 톳, 모자반 등의 해조류도 마라도 바다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해조류가 사라지면 해조류를 먹이 삼는 다른 생명체들도 점차 사라질 수밖에 없다. 잡을 물건이 없어진 마라도 해녀들은 이제 출가물질을 나가야 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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