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있다. 학원 공부를 마치면 실습을 나간다. 요양보호사가 일하는 요양원, 주간 보호센터, 어르신이 사시는 집을 방문하는 과정이 실습에 포함된다.
6월 중순 요양원 실습 중, 연세가 거의 아흔 쯤 되신 어르신 한 분이 계셨다. 그 분의 모습을 뵈니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에 등장하는 쿠마이의 무녀가 떠올랐다. 소원을 말해보라는 아폴론 신에게 영생을 구했던 그녀, 소원대로 영생은 얻었지만 그 시간만큼 늙고 쪼그라들어 병 안에 들어갈 정도가 되었다는 이야기 속 주인공 같은 모습이었다. 오랜 시간 요람 속 아기처럼 조그맣게 웅크리고 계셨다. 식사로 나오는 미음 한 그릇을 비우는 것도 버거워 하시는 분이셨다.
요양보호사 실습 중에 만난 어르신
그런데 하루는 어르신이 갑자기 활기를 띠셨다. 침대에 누운 상태로 평상시에는 거의 움직임이 없으셨는데 갑자기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시면서 베개를 꾸깃꾸깃하며 무언가를 하려 하셨다. 식사를 가지고 가서 어르신께 떠 먹여 드리려 하는데, 어르신 왈 '지금이 그럴 때가 아니다'라는 말씀이었다.
손님들이 와 계신데 한가하게 밥이나 먹으라 한다며 나무라셨다. 손님들 대접을 해야 한다고 하시다가, 베개를 내밀며 여기 옷을 입혀야 한다고 하시기도 하고, 바느질을 하는 듯한 시늉을 하셨다. 옷도, 음식도 준비하고, 손님을 맞아야 한다며 분주하셨다. 아마도 어르신이 살아오셨던 삶의 한 장면이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