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손녀가 처음 요양병원에 계신 어머니를 본 것은 지난해 어버이날이었습니다. 딸네가 어버이날 오겠다는 연락에 이참에 요양병원에 계시는 할머니를 찾아뵈라고 당부를 해 두었습니다. 요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모신 어머님이 회복세이긴 하시지만, 후일에 후회되는 일이 없도록 찾아뵈라고 했습니다(관련 기사 : 요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가신 어머니... 이게 후회됩니다).
그러나 막상 어버이날 딸네가 오자, 어린 외손녀를 요양병원에 데려가는 일이 망설여졌습니다. 면역 체계가 약한 손녀의 감염 위험보다 어린 손녀가 받을 수도 있는 정서적 충격이 더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처음 요양병원 중증의 환자 병실에 들어섰을 때의 그 당혹감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병실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로비에서 이동 중인 위중한 모습을 보게 된다면 어린 손녀에게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망설임
그렇다고 손녀만 집에 두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머니는 손자녀와 증손인 손녀를 저보다도 더 보고 싶어 하실 것이기 때문에 우선 긍정적인 측면을 기대하며 온 가족이 총출동해 면회 했습니다. 시설에 오신 후로는 보지 못했던 손자, 손녀와 증손녀를 보는 어머니의 기쁨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날 6살 손녀도 스스럼없이 "왕할머니"를 대했습니다. 이렇게 손녀의 요양병원에서 왕 할머니 첫 면회는 성공적이었습니다.
그 후로 1년이 지나고 지난 7월 마지막 주간에 손녀가 한주간의 방학을 할아버지네서 지냈습니다. 첫날은 키즈 카페를 가고, 둘째 날 오전에는 이제 7살이 된 손녀와 함께 망설임 없이 다른 요양병원으로 옮기신 어머니를 뵈러 갔습니다. 어머님은 이 요양병원으로 옮겨오신 후로 아주 좋아지셨습니다. 어머니를 잘 돌봐주시는 병원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어머님이 저를 스물에 두셨으니 올해에 93세이십니다. 이제 겨우 7살인 증손녀가 93세의 요양병원의 증조할머니를 면회 하는 겁니다. 상냥하고 인사성 밝은 귀여운 7살 손녀가 93살의 요양병원 왕할머니를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우선 손녀가 요양병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병원의 분위기가 밝고 따뜻해지기 시작했습니다.요양병원의 직원들, 그리고 건강 상태가 좋으셔서 바둑을 두시거나 소일 하시는 어르신들의 눈이 빛났습니다. 어린아이 볼 일이 흔치 않을 요양병원은 어린아이를 보는 자체가 이벤트가 된 것 같습니다.
어르신들의 눈이 빛났다
2층에 들어서자 어머니는 벌써 나오셔서 휠체어에서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어머니를 알아보고 제일 먼저 다가가 상냥하게 인사를 드린 7살 손녀는 할머니 손을 만져 드리고 안아 드리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