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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사라질 수도... "영정사진 찍으러 오라"는 사람들
2025-09-05 20:23:44
정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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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골프장이 들어선다. 18홀짜리 골프장 하나가 들어서는데 최소 30만 평의 산이 깎인다. 키가 큰 나무와 온갖 꽃들이 베이고 흙과 바위가 속절없이 쓸려 나간다. 온갖 동물들이 흙과 함께 쫓겨난다. 30만 평, 축구장 150개 면적의 살아있는 산이 사라지고 녹색으로 고르게 뒤덮인 잔디가 들어선다.

골프장에는 생명이 살지 못해 녹색 사막이라 부른다. 그런 골프장이 전국에 525개(2024년기준, 한국골프장경영협회)가 있다. 한국의 골프장 개수는 전 세계 8위, 국가 면적 대비 전 세계 3위('한국 골프장 숫자 전 세계 8위?', <뉴스톱>, 2023. 09.27)이다.

골프장 건설로 생기는 지역 갈등과 환경 파괴 등의 문제는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국적인 땅값 폭등으로 재벌들의 부동산 소유에 대한 여론이 커지자, 기업들은 부동산을 줄이는 대신 비난을 피하면서 부동산을 합법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골프 대중화 정책이 추진된 것은 바로 그때이다.

먼저 1988년 교통부 장관의 '골프장 조성 사업 계획 승인권'을 각 시, 도지사에 넘기는 방침이 정해졌다. 그때도 명분은 지방 재정 확충이었다. 승인권이 넘어가자마자, 농경지와 산림 보전 지역에도 골프장을 지을 수 있도록 법령이 바뀌었다. 다음 해 5월 대통령은 골프 대중화를 지시하고 당시 체육부가 이를 추진했다. 차례차례, 빠르게 골프장 건설을 위한 정책이 착착 진행되고 1990년, 재벌이 소유한 골프장은 업무용으로 인정받는다.

'토지 투기를 합법적으로 인정하는 특혜(조성윤, '개발, 환경, 그리고 농촌 공동체의 붕괴' 1993.)', '국가가 정치 자금과 뇌물을 받는 형태로 골프장 승인이 이루어'진 것(윤종한, '환경문제에 대한 국가 대응 양식에 관한 연구', 1992)'이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였다.

골프장이 마구 생겨났다. 지역 재정 확충이라는 이유를 댔지만, 골프장이 들어선 자리는 주민들이 농사를 짓던 땅이었고, 동식물이 살던 산이었다. 골프장은 지역 주민들의 생존을 위협했고, 대중화라는 말이 무색하게 회원제 골프장은 주민들이 이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주민들은 골프장을 반대했다.

물론 찬성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사업자는 행정기관을 등에 업고 승인을 얻을 수 있었으며 보상금으로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골프장이 들어서자 산과 함께 마을이, 공동체가 무너졌다.

산은 물을 품고 있지만 잔디는 주변의 물을 빨아들인다. 잔디가 자라기 위해서는 비료와 살충제, 살균제와 제초제를 뿌려야 한다. '독(조지 마시, <인간과 자연>)'을 뿌리지 않으면 땅은 식물들의 싹을 틔우기 때문이다. 온갖 독성 물질이 물과 함께 흙으로, 또 하천으로 흘러 들어간다.

농약에는 EU에서 사용이 금지된 어독성 I 급 클로로탈로닐 살균제를 비롯해 발암 물질인 비펜트린, 이프로디온 등이 들어있다. 전국 골프장에 쓰이는 농약은 294품목으로 213톤(2021년 기준)이 사용됐다. 골프장이 들어서자 산이 메마르고, 물과 땅에 독이 흘렀다.

거짓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서에도 사업 승인, 걸림돌 없어진 난개발


경남 거제 노자산에도 골프장이 들어선단다. 100만 평의 땅에 관광 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100만 평의 깎아지른 산을 골프장으로 만들려면, 160만 톤의 흙을 파내고, 173만 그루의 나무를 베어내야 한다. 사업주는 경동건설(주), 경상남도에서 승인하고 협의 기관은 낙동강유역환경청이다. 2017년 경동건설에서 '거제남부관광단지' 지정을 신청할 때 2022년 완공을 목표로 했다.

2018년 전략환경영향평가(아래 전략평가, 환경영향평가 중 하나로 개발기본계획 단계에 해당한다) 협의가 완료되고 2019년 경남도는 거제남부관광단지로 지정한다. 그러나 전략평가는 거짓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환경단체는 거짓 작성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재조사를 요구했다.

국립생태원이 조사하자 관광 예정지 면적 중 1.8%라던 생태자연도(자연환경을 생태적 가치, 자연성, 경관적 가치 등에 따라 등급화하여 자연환경보전법 제34조의 규정에 의하여 작성된 지도) 1등급이 41%로 나왔다. 생태자연도 1등급은 보존 가치가 높아 개발이 매우 제한되는 구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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