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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서울대 10개보다, 분수 하나가 필요한 이유
2025-09-04 14:11:15
오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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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교육 공약 '서울대 10개 만들기'에 대한 언급이 다시 등장했다. 정부가 나서서 지역 거점별로 서울대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을 10개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듣기만 해도 거대한 청사진 같고, 뭔가 '잘해보려는' 의지가 읽힌다. 이 정책은 지방 거점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도권에 집중되는 교육 불균형을 해소해 지역 혁신을 이끌어내겠다는 긍정적인 취지를 담고 있다.

최교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2일 국회에서 진행된 인사청문회에서 "거점국립대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각 지역에 맞는 학과를 중심으로, 지역의 경쟁력을 키워 학생들이 대학을 나와서 취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서울대라는 이름은 하루아침에 생긴 게 아니다. 수십 년 동안의 재정 투자, 학문적 성취, 졸업생 네트워크가 쌓여 만들어진 명성이다. 단기간에 그것들을 이루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이 '서울대 10개'라는 말이 자꾸 불편하다. 결국 소수의 우수 인재에게 더 많은 자원을 몰아주겠다는 뜻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잘하는 소수에게 집중 투자하면 그 성과가 언젠가 사회 전체로 흘러간다. 바로 낙수효과(trickle down) 논리다. 연구 중심 대학에서 나온 논문이나 특허가 산업계로 이전되고, 그것이 경제 성장을 이끈다는 기대 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경제에서 낙수효과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교육도 다르지 않다. 서울대 열 개 만드는 대신, 모든 아이들이 제 발밑을 딛고 서도록 기초를 튼튼히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초등학교에서의 기초학력 보장, 직업계고 학생들을 위한 현장 맞춤형 교육, 시민 모두를 위한 평생교육 체계, 이게 바로 교육의 '분수효과'다. 작은 물방울들이 솟아올라 모여 큰 물줄기를 이루는 분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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