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는 수많은 대선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하루 12시간 근무를 마친 동료의 한숨이 길게 이어졌다. 그의 휴대폰 화면에는 배달 한 건당 기본운임이 '2200원'이라 적혀 있었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1월 23일 자로 배달노동자의 기본운임 삭감을 공지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배달 한 건당 3000원이던 기본운임이 이제는 수도권 2500원, 지방 2,200원으로 줄었다.
배달노동자는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최저임금조차 적용되지 않아 임금의 하한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같은 플랫폼 대기업이 기본운임을 일방적으로 삭감해 2000원대 배달운임을 강제해도 이를 막을 법적 수단이 없다.
이 문제는 배달노동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배달노동자를 비롯해 한국 사회의 '비임금노동자'라고 불리는 특수고용직·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등도 근로기준법 미적용으로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국회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특수고용직·플랫폼노동자, 프리랜서 등 비임금노동자(인적용역 사업자)는 862만 명에 달한다. 민주노동연구원의 '방문점검·배달·대리운전 노동자 임금실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서비스 한 건당 수수료로 임금을 받는 방문점검·배달·대리운전노동자의 평균 시급은 6979∼8164원에 불과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에서 2025년에 방과후학교·늘봄학교 강사 1681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월평균 수입 180만 원 미만인 강사가 55.2%를 기록했다. 대부분이 최저임금(월 약 209만 원) 미만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21대 대선, 근로기준법 바깥 노동자를 이야기하고 있는가?
21대 대선이 다가오고 있지만 비임금노동자를 위한 공약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대선 후보의 10대 공약은 당선 이후 국정 운영의 우선순위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주요 후보들의 공약 속 '노동'은 변두리로 밀려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경우 일곱 번째 공약으로 '노동이 존중받고 모든 사람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를 내걸었다. 이를 위해 자영업자, 특수고용 및 플랫폼 노동자 등 일하는 모든 사람들의 일터 권리 보장을 제안했다. 다만, 공약의 구체성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