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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가 이렇게 쉽게 읽힐 줄이야
2024-11-01 20:29:49
박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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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는 정말 많은 신들이 등장합니다. 책을 따라가려면 주석을 보면서 거의 독해하듯 읽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아 포기하기 일쑤입니다. 그런가 하면 많은 독자들이 일리아드와 오딧세이를 덥썩 집어 들었다가 독서 여정을 완주하는데 실패하지요.

그런 면에서 <김원익의 그리스 신화>는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다가옵니다. 그리스 신화를 이해하기 쉽게 잘 요약해주고 있어서 그리스 신화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 데 큰 힘이 됩니다. 김원익 박사의 안내에 따라 그리스 신화를 따라가다보면 일리아드와 오딧세이도 완주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길 것 같습니다.

20여 년 넘게 신화에 푹 빠져 살아온 저자는 그동안 그리스 신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한 책은 쓰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공부의 내공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는데, 그 때가 온 것이겠지요. 김원익 작가는 '신화는 결국 우리 인간의 이야기'라는 관점에서 그동안 써온 책들을 기반으로 그리스 신화를 태초부터 로마의 건국 신화까지 총정리했습니다.

제가 읽어본 소감을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게 쉽게 읽히는 벽돌책은 드물다"입니다. 그리스 신화에 관한 것이라면 아주 세세한 것까지 모두 담아낸 '그리스 신화 사전'같은 친절한 책이지요. 목차를 찾아보면 어지간한 궁금증은 금방 해결해줍니다.

신화 속 이야기를 자신과 연결해봐야 하는 이유


CJB청주방송 라디오 프로그램 < 2024 리딩코리아 >에서 이권우 도서평론가는 김원익 박사가 그리스 신화를 역사와 관련지으려 하지 않는 태도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 신화를 이야기 하면서 역사적 사실과 결부시켜 설명하고자 애쓰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지요. 김원익 박사는 독자들에게, 신화는 결국 우리 인간의 이야기인 만큼 신화 속 이야기를 자기 자신에게 연결시켜보라고 권합니다.

제우스를 비롯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수많은 주인공들의 캐릭터를 심리유형으로 설명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신들의 왕 제우스를 바라보는 관점도 다르지요. 제우스는 자신의 아버지는 물론 할아버지까지 권력을 유지하려고 무리수를 두다 실패한 점을 잊지 않고 어떻게든 성공한 아버지가 되는 게 목표였다고 분석합니다. 가화만사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캐릭터로 나오는데요. 그러면서도 올림포스 신들을 잘 통제했으며 까다로운 헤라까지도 슬기롭게 관리합니다. 가정과 기업, 국가까지 모두 잘 다스린 성공한 리더의 모습을 제우스에 투영하고 있지요. 그리스 신화를 현대적인 의미에서 바라보게 해주는 책입니다.

'제1회 김종철 시학상'을 받은 박혜진 문학평론가는 "문학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의 근원적 욕망을 따라가보면 원형적인 인물이 있다, 그건 대체로 신화적인 인물"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글을 쓰다가 인물에 대해 파고들게 될 때면 신화를 찾아본다는군요. 신화와 문학작품 사이의 간극에 그리스 신화를 읽는 핵심이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데요. 알고 보니 박혜진 평론가도 어릴 때부터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어야 될 것 같아서 늘 손에는 쥐고 있었는데 항상 실패했다고 하는군요. 결국 그리스 신화 앞에서는 유명한 문학평론가든 일반 독자든 누구나 똑같이 어렵게 느끼는구나 싶었습니다.

박혜진 평론가의 경우 "일단 이름이 너무 어려워 다 잊어버리고, 두 번째는 이게 더 본질적인 이유 같은데 족보가 너무 꼬여 있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는 읽으면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문학작품을 읽고 비평을 쓰면서 인간의 내면에 도사린 어둠과 욕망, 폭력성 같은 다양한 요소들이 그리스 신화의 신들의 족보가 꼬인 것처럼 복잡하게 꼬여 있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작품 속 인물들을 단순히 선악으로 판단하지 않게 되고, 인간이 운명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혼돈으로 여겨 거리를 두고 파악하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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